어떤 추억인가?
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가?
언제 그 추억이 떠오르는가?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나의 담임 선생님은 오십이 넘으신 그 당시로는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다. 3학년에 금방 올라갔을 때 아주 멋있게 생긴 키다리 오빠 선생님이나 얼짱 미녀 선생님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개학 첫날 지금의 우리 선생님을 보고 그만 실망을 하게 되었다.
개학 한달 정도 지난 후에 어느날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게 되었다. 운동회 때 나는 ‘쪽지 보고 달리기’경기에 참가했다. 스타트하여 뛰다가 쪽지를 주어든 나는 당황했다. 쪽지에 적힌 내용은 ‘아버지 손잡고 달리기’였다. 사실 나는 일곱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바로 그때 쪽지를 들고 운동장 한복판에 가만히 서 있는 나에게 선생님이 달려오셨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내 손을 꼭 잡고 뛰기 시작하셨다. 나는 놀랐지만 다른 생각을 할 사이도 없이 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열심히 달렸고, 그리고 1등을 했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내 어머니께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오늘은 제가 수영이 아버지입니다.” 선생님의 그 따뜻한 목소리에 내 눈에서는 눈물이 비 오듯 흘렀다. 정말 아버지같은 선생님이셨다. 아버지가 너무나 그리울 때였기 때문에 선생님의 그 행동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마다 그 때 내 손을 꼭 잡고 계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도 고향에 돌아가게 되면 꼭 선생님을 찾아 뵙곤 한다. 선생님은 늘 아버지처럼 나에게 올바른 인생길을 가르쳐 주시고 나도 어린애 인양 선생님한테 생활속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늘여놓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