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대신 민수라 불러줘
예전에는 당연히 한국 학생들이 미국 이름을 지었는데 미국 유학생은 더글러스라는 미국 이름보다 민수라는 한국 이름으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해요. 연고전 응원을 같이하거나 빼빼로 데이에 선물을 주면서 한국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기를 바라는 유학생들이 많아요.
연세대에 재학 중인 최은석(26•정치외교 4) 씨의 말이다.
급증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기 위해 한국 이름을 짓고 동아리에 가입하는가 하면 한국 대학생들의 풍습에 따르며 캠퍼스 풍경을 바꾸고 있다.
학교마다 앞 다투어 영어 강의를 늘리고 글로벌라운지(연세대), 인터내셔널라운지(한국외국어대), E-라운지(중앙대) 등 외국인 유학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영어전용공간을 만들면서 외국 학생과 한국 학생 간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세호(24•고려대 사회학 3) 씨는 한문학, 한국사 과목까지 영어강의가 개설돼 어디서나 외국인 학생을 접할 수 있다며 팀을 짜서 공부하는 프로젝트가 많아 다들 외국인 친구 2, 3명은 알고 지내다 보니 영어회화학원에 다닐 필요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인 학생 800명을 유치한 청주대에는 최근 재학생들 사이에서 중국 여행 및 연수를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직 대다수의 외국인 학생들이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이고 활발한 교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지홍(25•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3) 씨는 전공 강의 4개 중 2개가 영어 강의고 강의마다 외국인 학생들도 5, 6명이 있지만 수업도 바쁘고 외국학생들끼리 몰려다니는 편이라 가까운 사이가 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유학생들은 무조건 외국인을 유치하려는 대학의 노력을 꼬집기도 한다. 실력을 보고 합격시키기보다 외국인 학생이면 누구나 받아들이다보니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는 것.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는 한 일본인 학생은 입학시험은 면접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친구 중에서 대학원 시험을 봐서 떨어졌다는 말은 한번도 못 들었다며 외국인 학생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얼마나 우수한 학생들이 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