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공부를 못 하니까 미국에다 떨궈놓아버리는 것은 교포사회의 수치이고, 본인에게도 해가 많습니다. 이런 유학은 절대반대입니다."
전쟁 고아로 미국에 입양되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미국 워싱턴 주 의회 상원 부의장에까지 오른 신호범의원(66)의 말이다. 4월 16일 월요일 낮12시, 주 의회 의사당내 사무실에서 필자와 마주 앉은 그는 조기유학에 대해 "한국은 나라가 좁으니까 될 수 있는 한 많이 나와야 한다"고 하면서도, 일부 학부모들의 무책임한 유학 풍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비판했다. 크지 않은 키에 머리카락이 모두 희어져 마음씨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주는 그는, 주 의회가 회기 중이어서 바쁜데도 불구하고, 40여분 간에 걸쳐, 시종 편안한 말투로 질문에 답변해 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의 요지이다.
문=최근 한국에서는 이민과 조기유학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답=미국에 와서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을 보고 '왜 이런 나라는 이처럼 큰 복을 주고, 한국에는 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런 땅을 한국에 가져 갈 수는 없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나와야 합니다. 젊은이들도 많이 나와서, 여기서 공부하고 자리잡아야 합니다. 나라가 좁으니까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합니다. 미국의 이민법도 풀어서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유럽과 남미에도 많이들 가서 개척자가 되어야 합니다. 빌 게이츠가 왜 미국에서 나왔습니까. 미국의 학생들은 '왜(Why)' '어떻게(How)?'를 질문하고, 스스로의 사고력을 길러 나갑니다. 이런 점은 배워야 합니다.
문=조기유학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유학을 희망하는 한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답=여러 경우를 보았습니다. 지난 10년 내지 20년 동안 한국에서 중고생들이 와서 공부를 잘 해, 좋은 대학에 간 사람도 있습니다. 실패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것은 한국에서 공부를 못 해서 미국에 보냈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국 사회가 자유롭다 보니까 비싼 차에 술과 담배를 하는 등 탈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돈을 쓰는 것은 좋지만, 확실한 '감독자'가 있어서 길을 닦아주는 게 좋습니다. 한국에서 공부를 못 하니까 미국에다 떨궈놓아버리는 것은 교포사회의 수치이고, 본인에게도 해가 많습니다. 이런 유학은 절대반대입니다. 바람직한 사례를 하나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의사를 하는 분이 부인과 두 아이를 미국에 보냈습니다. 엄마가 아이들의 옆에서 밥도 해 주고, 빨래도 해 주고, 단속을 잘 하여, 두 아이 모두 미국에서 의사가 되었습니다.
[출처] "조기유학, 감독자가 확실해야 합니다"|작성자 좋은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