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아침 맥주
어제 오전은 하코다테 교외관광을 시켜주겠다는 동환씨의 호의를 거절(?)하고 퍼져 쉬었는데, 오늘마저 그럴 수는 없는 일. 효사마를 태우고 우리 숙소에 찾아온 동환씨의 차를 타고 오오누마 공원으로 향했다. 오오누마 공원까지 가는 길, 눈발은 더욱 굵어져 시야를 가릴 지경이었다.
어젯밤 효사마와 헤어져 2차, 3차까지 달렸던 이혜와 마리, 그리고 나는 술이 덜 깬 몽롱한 정신이었다. 헌데 오오누마가 맥주로 유명한 지역이라나 뭐라나. 오전 10가 좀 넘었을까, 정말 이른 아침이었는데 “오오누마 맥주로 아침 해장을 하자”는 효사마의 제안에 하우스 맥주집에 들어갔다. 설마 이른 아침부터 맥주집이 열었을까 싶었는데, 허걱! 열었다! 커다란 탱크가 줄줄이 이어져 있는,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파는 곳이다. 여러곳에서 상도 많이 받았는지 각종 표창장이 벽에 즐비하게 붙어 있고. 지난 밤 3차 메뉴가 오오누마 맥주였기에 그 맛이 얼마나 끝내주는지는 이미 경험한 바, 아침이면 어떻고 저녁이면 어떠리, 우리는 아침 맥주로 속을 달랬다.
발효와 보리 볶은 상태에 따라 세 가지 종류의 맥주가 있는데 그중 나는 도수가 제일 높은 걸 골랐다, 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게 그 맥주가 주어졌다. -_-;; (난 주당이 아닌데, 왜 다들 날 그렇게 보는 건지.. 흑... ㅠㅠ;;)
눈보라와 단풍이 공존하는 오오누마 공원은 한마디로 그림 같았다. 일본 열도가 화산으로 이뤄진 섬이고 오오누마 공원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호수공원인데, 호수에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은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거라는데, 멀리 보이는 눈덮인 산과 곱게 단풍 든 나무들이 서 있는 호수 위 섬이 어우러져 기막힌 절경을 만들고 있었다.
오오누마 공원을 슬쩍 둘러보고 다시 하코다테 시내로 돌아오는 길. 또 다시 눈발이 굵어졌다. 길가엔 빨간 사루비아 꽃이 피어 있는데 그 위로 굵은 송이 눈이 흩날리는 풍경이란. 참으로 독특한 초겨울 하코다테 풍경이다.
하코다테 시내로 돌아가는 길 포도주 공장이 있었다. 공장 옆에 작은 매장이 있길래 들어갔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리오! ㅋㅋ;;) 산포도로 빚은 포도주라는데 몇 잔 시음해 보니 달지 않고 향긋한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하여 또 샀다. (마법사 여행史에 이렇게 많이 지출한 여행은 이번 하코다테가 처음인 듯...^^) 와인을 좋아하시는 큰이모에게 선물해야지. 이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