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저희가 함께 한 지 딱 6년이 되는 날이었답니다. 저희는 2004년 같은 학과 대학원 동기로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만났었죠. 저는 처음 밟은 미국 땅이 낯설기만 했던 한국인 유학생이었고, 남편은 호주와 필리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 해외 경험이 많은 글로벌 미국인이었죠. 그는 석사 졸업 후 새로운 경험도 하고 돈도 벌 겸 1년 여간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도 배우다가 얼마 전에 돌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제게 자기가 한국어를 계속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신기하게도 처음부터 그는 외국인으로 느껴지지 않았답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와 제 지도교수님만큼은 처음부터 외국인이 아닌 그저 사람으로 느껴졌는데, 이미 이들이 소중한 인연이라는 직감이 있었나봐요. 특히 지도교수님은 매우 깐깐하셔서 미국인 학생들도 다들 피해가는 분으로 유명했지만, 저와는 너무 잘 맞아서 제가 졸업한 후에도 다른 학생들에게 제가 얼마나 성실하고 뛰어난 학생이었는지 종종 얘기하셨다고 하더군요. 제가 연락드리면 장장 3페이지 추천서를 써주실 정도로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제가 졸업한 후 사회과학대학 부학장도 지내셨는데 정말 열정적이고 제가 여전히 존경하는 분이지요.
그 첫 만남 이후 남편과 저는 서로 한국어와 학과 공부에 도움을 주면서 자주 만났고, 차츰 서로에게 친구 이상의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서로의 관심사도, 꿈도, 생각도 너무나 닮은 두 사람. 그러나 동시에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두 사람인만큼 서로 다르기도 해서, 서로가 나를 '채워줄' 반쪽(better half)이라는 막연한 느낌을 갖게 됐던 거죠.
[출처] [국제커플] 미국인 남편과 나, 우리의 연애 6주년 기념일|작성자 아침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