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 보였다. 양몽환은 허리를 굽혀 읍(揖)을 하고 말했다.
「무학을 깨닫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네가 방금 익힌 무술은 천강장(天?掌)중의 적수박용(赤手博龍)과 비슷
한 것도 같고 어찌 보면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적수박용보다도 더 오묘
한 것 같은데 어디서 배웠느냐?」
하고 혜진자가 웃으면서 말하였다.
「방금 학과 독사가 싸울 때 학이 발톱으로 독사를 후려치는 것을 보고
우리 천강장중의 적수박용의 수와 흡사하여 한참 연습하였으나 아직 그
비결을 체득하지 못하였습니다.」
혜진자는 한참 생각하다가
「아깝게도 내가 직접 보지 못하여 대답하기 어렵구나. 적수박용은 천강
장의 세 가지 절초(絶招)의 하나다. 너는 이미 적수박용의 수에 정통하고
재능이 뛰어나니 잘 연구하여 보아라. 내가 방금 연습하는 것을 다시 보
면 반드시 오묘한 이치를 얻겠다. 열심히 하면은 기초(奇招)를 창조해 낼
것이다. 천강장의 삼십육식(三十六式)은 각 일식(一式)마다 선배님들이 심
혈을 기울여 연구해 낸 것이다. 장차 네가 한 수를 연구해 내면 우리 형
제들이 모두 기뻐할 것이다.」
혜진자의 말 속에는 다음 대의 우두머리로 추천하는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을 양몽환은 즉시 깨닫지 못하였다.
동숙정이 듣고 있다가 몸을 돌리며 혜진자에게 말했다.
「사부님! 저 골짜기 밑에 있는 뱀이 묵인철갑사가 아닌지 보십시오. 방
금 학과 싸울 때 입에서 독기를 뿜어냈습니다.」
그 말에 자세히 관찰한 혜진자는 마음속으로 놀랬다. 깊은 골짜기에 있
는 큰 뱀은 확실히 묵인철갑사와 같았지만 큰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한참 있다가 내려가 보기로 결심하고는 세 사람에게 말했
다.
「어디 내려가 보자.」
혜진자는 묵인철갑사라는 것을 알고는 그냥 지나 칠 수 없었다.네 사람
은 내려 설 곳을 가리면서 소나무와 바위가 뒤섞인 절벽을 타고 내려갔
다. 혜진자는 몸을 굽혀 돌을 집어 들고 던졌다. 그러자 돌은 유성과 같
이 날아 강철 같은 뱀 가죽에 정확히 맞았다. 그리고 뱀 가죽에 맞은 돌
은 산산조각으로 깨져 흩어지는 것이었다. 혜진자는 세 사람을 데리고 죽
은 뱀 근처에 이르러
「뱀을 칼로 잘라 보아라!」
철갑사의 가죽이 질긴 것을 알리 없는 양몽환은 말을 듣자마자 칼을 꺼
내어 강하게 서너 번 내려 쳤다. 그러나 뱀의 몸뚱이는 끄덕 않고 대신
삼척의 탄탄한 칼날만 문드러지는 것이었다. 그러자 양몽환은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멍청히 서 있기만 하였다. 혜진자는 양몽환의 칼을 받아 가
지고 뱀의 몸을 뒤집어 놓고 배 밑에 있는 흰 금을 따라 칼끝을 그어 내
렸다. 그러자 구역질이 나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다행히 네 사람은 내공의 힘으로 그 냄새를 피하고 뱀 껍질을 벗기어
가지고 골짜기의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으며 혜진자는 양몽환을 불렀다.
「이 묵인칠갑사는 보기 드문 일종의 독사로 성질이 날카롭고 독이 세어
사람이나 짐승을 막론하고 이 놈을 만나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주로 큰
산의 캄캄한 동굴 속 같은 데서 살지. 뱀은 비록 독하나 가죽은 진기한
보물이지, 이렇게 큰 독사는 희귀한 것으로 우리가 오늘 힘 들이지 않고
얻었으니 그야말로 광세기연(曠世奇緣)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가죽을 다듬
어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면 모든 독을 피할 수 있으니 우리 곤륜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