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노기 띤 얼굴로 부인을 보았다. 그러자 부인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살며시 웃고는
「그러하신가요? 그러나 양상공을 두려워 할 뿐 곤륜파는 안중에도 없어
요.」
부인은 양몽환을 남긴 채 절정의 경공법을 이용하여 나는 듯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부인이 사라진 방향을 보다 할일 없이 여인숙으로 돌아온 양몽환은 부
인의 경공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과연 놀라운 신법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혜진자의 방문을 열었을 때였다.
「앗!」
차가운 공기를 내뿐 듯 날카로운 눈초리를 번득이며 서 있는 것은 주백
의 바로 그였다.
그리고 침대에 쓰러졌던 동숙정은 밝은 정신으로 하림과 함께 혜진자의
몸을 부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었다.
혜진자의 이마 위에는 하얀 학(鶴)한 마리가 실 같이 가늘고 맑은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맑은 학의 침은 혜진자의 입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양몽환은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는 한 편 주백의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일시에 몰려와 급기야는 주백의의 발 앞에 엎드리고 말았다.
「주형! 이 못난 사람을 용서하시오!」
그러나 주백의는 눈 하나 깜짝 없이 혜진자의 입만 주시하고 있었다.
백학의 입에서는 하얗고 맑은 침이 쉼 없이 흘러 혜진자의 입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숙연해진 방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이때 하림이 양몽환 옆으로 다가서며 조용히 낮은 목소리로
「어딜 갔다 오셨어요? 오빠의 친구 분이 학을 구해 가시고 오셨어요.」
그러나 양몽환은 기가 막힌 듯이 멍청히 서있을 뿐 아무 말도 못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부인의 말대로 나는 너무 경솔하구나, 주형을 무슨 낯으로 대하는가!)
생각할수록 양몽환은 주백의에게 큰 죄를 진 것만 같았다. 이윽고 혜진
자의 입에서 시선을 돌린 주백의는 천천히 방 안을 둘러 본 다음 백학의
머리를 가만히
「툭!」 쳤다.
그와 함께 백학은 흘리던 침을 멈추고 종종 걸음으로 주백의의 뒤로 가
웅크리고 앉았다.
주백의는 혜진자의 몸을 몇 번 주무른 다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리고 오른쪽 손을 쫙 펴서 허공을 한번 휘두른 다음 숨도 쉬지 않고 혜진
자를 향해 내리쳤다.
순간!
온 몸에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일시에 혜진자가 일어나 앉는 것이었다.
드디어 혜진자의 몸에 스며있던 사독은 땀으로 변하여 쏟아지고 막혔던
관절의 삼십육 혈이 풀리며 병은 치료되고 말았다. 양몽환은 와락 주백의
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참고 참았던 눈물을 뿌렸다.
그러나 주백의는 아무 말 없이 앉은 자세 그대로 눈을 감고 있기만 했
다. 그러는 주백의 이마에서도 구슬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윽고 눈을 뜬
주백의는 양몽환의 몸을 가만히 떼어 앉힌 후 동숙정에게 조용히 말했다.
「미안 했소, 옆에 사람이 있으면 곤란해서…… 잠시 쉬게 하였었소, 그
리고 혜진자가 깨거든 가벼운 음식을 주시오.」
하고 주백의가 밖으로 나가자 뒤따라 백학이 따라 나갔다.양몽환은 황급
히 따라 나가며
「주형!」
하고 불렀다. 그러나 주백의는 돌아보지도 않고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
이때 하림도 뒤따라가며
「고마워요.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했다.
그제야 주백의는 걸음을 멈추며 하림에게 웃어 보였다. 하림은 주백의
의 앞길을 막으며
「백학을 좀 타고 싶어요.」
「이 다음에 태워 드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