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더 쉽고.. 더 빠르게
내년 초부터 기업들은 지역과 업종에 상관없이 A주택, A건설, A주택건설 등 비슷한 상호를 쓸 수 있다.
지금은 서울 부산 광주 등 같은 지역에선 유사 상호로 법인을 세우지 못한다.
기술력 있는 벤처 창업자는 출자금이 없어도 경영권을 인정해 주고 소규모 기업에는 감사 선임 의무를 면제해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산업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은 21일 이런 내용의 법인 설립절차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산자부와 재정경제부는 올해 9월 정기국회 때 회사법, 법무사법, 공증인법 등 관련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벤처창업자 무액면 주식 인정
개혁안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 주소지나 상호가 똑같지만 않으면 업종이 같아도 상호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산업연구원이 이달 초 중소기업 111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창업 기업 10곳 중 3곳이 법인 설립 때 상호가 같거나 비슷하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 때문에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산업연구원 양현봉 중소벤처기업실장은 창업 초기 규제를 풀어 주고 나중에 유사 상호로 부당이득을 취한 기업만 제재하면 창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 있는 사람이 창업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벤처 창업자에게 무액면 주식을 인정해 주는 방안도 도입된다.
지금은 액면주식 수에 따라 지분을 계산하기 때문에 자금이 많은 사람이 벤처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여 경영권을 행사하곤 한다. 앞으로는 액면가가 0원인 주식에도 의결권을 부여해 벤처 창업자가 돈이 없어 경영권을 뺏기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전규제 대폭 줄여 자율성 확대
한국에서 법인을 세우려면 정관, 이사회 의사록, 주금납입보관증명서 등 48종의 서류가 필요하다. 미국은 신청서, 정관 등 5개 정도의 서류만 있으면 된다.
한국에선 16단계의 설립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미국은 13단계. 한국의 법인설립 비용은 평균 99만5000원으로 미국(56만5000원)의 1.8배 수준이다.
산자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창립총회 및 이사회 의사록을 공증하는 절차를 없애기로 했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공증 절차가 형식적이거나 구비서류 확인 수준에 그칠 뿐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것.
산자부 김호원 산업정책국장은 사전 규제를 대폭 줄이고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조치들이어서 큰 반대가 없으면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령회사 난립 우려도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창업 절차를 너무 간단하게 하면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사 상호 등기를 허용하면 기존 등록 업체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고 공증 절차를 없애면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가 난립할 수 있다는 것.
기업 관련법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서울제일 장재형 대표 변호사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좋지만 분쟁의 소지가 많은 법인 설립 절차에 손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인 형태가 아닌 개인 기업의 창업 절차를 쉽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