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귀가 즐거운 유럽 음악 여행
여름 휴가철 유럽을 방문하면 콘서트홀이나 오페라하우스들은 시즌을 마감해 굳게 빗장을 걸어 잠그기 일쑤. 대신 풍광이 수려하거나 유서 깊은 고도의 휴양지는 음악 페스티벌 열기로 달아오른다.
유럽 여름 음악페스티벌 참관이 새로운 테마 여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고의 스타 연주가와 유명작품이 한 데 모이는 페스티벌은 유럽의 문화예술을 입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동호회의 음악여행
오디오음악동호회 하이파이클럽은 인천 경기 커뮤니티 회원들과 함께 7월298월9일 오스트리아와 러시아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여행자들은 교사, 학생, 회사원, 주부 등 10 50대의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
오스트리아에서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오라토리오 등 21개 극음악(drama music)이 한꺼번에 공연된다.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맞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축제에서는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리스 얀손스 등 러시아가 낳은 거장 지휘자들이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곡 연주가 있다. 동호회원들은 이 중 일부를 관람할 계획. 출발 전 음악칼럼니스트 유혁준 씨의 해설로 모차르트와 쇼스타코비치 곡을 DVD와 CD로 듣는 예습 음악 감상회도 가질 예정이다.
대학생, 중학생 두 딸과 음악페스티벌 여행에 참가할 주부 김수영 씨(42서울 종로구 효자동)는 그동안 아이들과 유럽 여행을 몇 번 다녀왔지만 대부분 버스 타고, 박물관 구경하고 바쁘게 지나다니기만 했다며 한 두 도시에 집중적으로 머물면서 음악에만 푹 빠질 수 있는 여행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유럽음악축제 순례기(한길아트)의 저자 박종호 씨(정신과 전문의)도 약 한달간 30여 명의 동호회원들과 함께 음악페스티벌을 참관할 예정이다.
세계 음악계의 뉴스가 생산되는 페스티벌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3국 국경 지대 보덴 호숫가의 떠 있는 무대(floating stage), 고대 로마 유적인 아레나(야외경기장)에서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의 루체른 페스티벌.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여름 음악페스티벌은 세계 공연계의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대형 신작이 발표되는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체칠리아 바르톨리, 안나 네트렙코 등 페스티벌 무대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연주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근래 페스티벌에는 전 세계 음반사 스카우터들이 몰려들어 신진 음악가들과 즉석에서 전속계약을 맺는 것이 새로운 풍경.
유럽 음악페스티벌 여행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표를 구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배낭 하나 짊어지고 페스티벌 장을 찾는 젊은 음악 애호가들이기 십상이다. 일단 티켓을 구하려면 부지런함과 열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유명 오페라의 경우 2년 전에 이미 전석이 매진된다.
해군사관학교 러시아어 교관인 김진성(30) 중위는 지난해 입대 직전까지 유럽의 주요 공연장을 돌아다녔던 소문난 클래식 애호가. 그는 유스호스텔에서 자면서도 용케 티켓을 구해 음악회장에 들어갈 때의 짜릿한 희열은 말로 다 표현 못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