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작곡가 강석희(72전 서울대 작곡과 교수) 씨가 곡을 위촉받아 작곡했고, 세종솔로이스츠가 비발디의 사계와 차이콥스키의 The Seasons,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와 함께 연주할 예정이다.
독일 유학시절 윤이상(작고) 선생을 사사한 강 씨는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전자음악에 한국의 전통 소재를 접목시킨 작곡가. 1966년 한국 최초의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비발디의 사계는 전 세계에서 매일 4분마다 연주된다는 라벨의 볼레로 못지않게 많이 연주되는 곡이라 새로운 사계 작곡은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평창의 사계는 현악 연주자 14명과 독주자 1명이 연주하는 16분 길이의 협주곡. 계절별로 2개 악장씩 총 8개 악장으로 구성됐다. 그는 그동안 악장 구분이 거의 없는 현대음악을 작곡해 이번 곡은 다소 생소했다고 말했다.
바람도 봄바람, 여름바람, 겨울바람이 다르고 꽃도 여름꽃과 가을꽃이 다 다릅니다. 봄이 소생하는 과정에서 안개가 끼고, 생명이 움터 오고. 서울의 사계라면 굉장히 복잡했을 텐데, 산속에서 벌어지는 자연의 경이로운 변화이기 때문에 추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빠른 리듬 속에서 느린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평창은 2014년 동계올림픽 후보지 3개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스키장들이 유명하다. 그는 스키어들이 활강하듯이 음이 시차를 두고 차례차례 나오도록 하는 리듬으로 스키장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봄 1악장의 경우 비발디 사계의 선율을 일부 따와 경의를 표했다.
한편 올해 음악제에서는 한국계 작곡가 얼 킴(19201998)이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원작으로 작곡한 오페라 발소리가 아시아에서 초연되고, 대만 작곡가 고든 친의 여름잔디도 세계 초연될 예정이다. 또 도이체 그라모폰 전속 아티스트 지안 왕,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펠츠만,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등 40여 명의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대관령을 찾는다.
강효(미국 줄리아드음악원 교수) 예술감독은 이번 음악제의 공연 실황은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NPR)과 유럽방송연맹(EBU)을 통해 전 세계에 방송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세종솔로이스츠의 연주회 때마다 평창의 사계도 적극적으로 연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