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하던 전병분(65충남 천안시 쌍용동) 씨. 최근 아들 홍성복 씨에게 줄 반찬거리를 가지고 아들집을 찾았다가 갑자기 실신을 했다. 컥컥 소리를 내고 몸을 비틀어대며 눈동자가 돌아간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란 홍 씨는 정신없이 어머니의 가슴과 팔다리를 주무르면서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전 씨는 5분 만에 정신이 돌아왔지만 멍한 상태가 30분 정도 지속됐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뇌 관련 검사를 다 받았어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각종 검사를 다 받았는데 모두 정상으로 나오는 거예요. 폐에도 이상이 없었고요.
전 씨는 1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본관 2층 순환기내과 김준수 교수를 찾았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던 김 교수는 부정맥을 가장 먼저 의심했다.
부정맥은 심장의 정상 리듬이 깨진 상태. 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겨 분당 60100보다 빨리 뛰거나 천천히 뛰거나 혹은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다. 심장의 펌프질이 제대로 안 돼 혈압이 떨어져 실신할 수가 있다.
대부분 부정맥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만 생각하는데 실신도 부정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증세예요.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은 바로 급사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실신의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김 교수는 주위에서 흔히 보는 실신은 오랫동안 부동자세로 서 있거나 심한 공포감을 느끼거나 식사 후 앉았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종종 생긴다며 이 경우엔 실신 직전에 기운이 빠지고 어지럽고 하품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있기 때문에 이런 징후가 보일 때에는 즉시 자리에 누우면 실신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씨의 경우에는 특별한 외부 자극이 없었고 속에 메슥거림도 없었고 깨어나서도 의식이 뚜렷하지 못한 상황을 들어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으로 의심된다고 김 교수는 판단했다.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은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감춰진 시한폭탄과 비슷하죠. 우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 입원을 해서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면서 심전도를 체크하는 운동부하 검사와 24시간 일상 활동을 하면서 심전도를 체크하는 활동 중 심전도 검사 및 심장 내에 전기적인 자극을 줘 부정맥을 유발시키는 임상 전기 생리학적인 검사 등을 해야 됩니다.
부정맥을 간단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뒤 엄지손가락 쪽 손목 부위를 반대편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맥박을 확인하는 거죠. 맥이 규칙적이지 않다든지(조기박동), 특별히 운동 같은 것을 하지 않았는데도 1분 동안 100회 이상 빠르게 뛴다든지(빈맥), 아니면 1분 동안 맥박이 60회 이하(서맥)라면 부정맥으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아주 거친 진단이고 평소엔 부정맥이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는 않아요.
전 씨는 바로 다음 날 입원했다.
일반적인 심전도 검사나 활동 중 심전도 검사에서는 정상이었지만 운동 시 부하검사에서 부정맥이 발견됐다. 전 씨는 빈맥성 부정맥 중 가장 돌연사 위험이 높은 심실 빈맥이었다. 심실은 피를 온몸으로 뿌리는 심장의 핵심 펌프기관. 심실 빈맥이 발생하면 심장기능이 정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전기충격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전 씨는 부정맥을 스스로 감지해 자동으로 전기 충격을 줘서 정상으로 돌리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