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당월색 — 주자청
荷塘月色 — 朱自淸(1898~1948)
요 며칠은 내 마음이 퍽 심란(心亂)하였다.
这几天心里颇不宁静。
오늘 밤 정원에 앉아서 바람을 쐬다가 불현듯 날마다 거닐었던 연못이 생각났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는 뭔가 색다른 느낌이 있을 것이다.
今晚在院子里坐着乘凉,忽然想起日日走过的荷塘,在这满月的光里,总该另有一番样子吧。
달은 점점 높이 떠오르고 담장 밖 한길가의 떠들썩한 아이들 웃음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月亮渐渐地升高了,墙外马路上孩子们的欢笑,已经听不见了;
아내는 방 안에서 윤아(閏兒)의 등을 다독거리며 잠 재우고 있다. 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웅얼거린다.
妻在屋里拍着闰儿,迷迷糊糊地哼着眠歌。
나는 살그머니 겉옷을 걸치고 문 밖을 나섰다.
我悄悄地披了大衫,带上门出去。
연못을 따라 구불구불 굽이진 조그마한 길이 나 있다.
沿着荷塘,是一条曲折的小煤屑路。
호젓하고 깊숙한 이 길은 낮에도 인적이 드물고 밤에는 더욱 적막함이 흐른다.
这是一条幽僻的路;白天也少人走,夜晚更加寂寞。
연못 사방으로 수많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荷塘四面,长着许多树,蓊蓊郁郁的。
길 한쪽으로 대부분 버드나무들이고, 그밖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路的一旁,是些杨柳,和一些不知道名字的树。
달빛이 없는 밤이면 무서운 느낌이 들 만큼 음침하고 으슥하다.
没有月光的晚上,这路上阴森森的,有些怕人。
하지만 오늘 밤은 다르다. 희미해져 가는 달빛아래 무척 분위기가 있다.
今晚却很好,虽然月光也还是淡淡的。
지금 길에는 나 한 사람뿐이다. 혼자 뒷짐을 지고서 한가로이 걷고 있다.
路上只我一个人,背着手踱着。
이 세상이 온통 내 것처럼 느껴진다. 일상의 나를 벗어나 또 다른 세계로 들어선 것 같다.
这一片天地好像是我的;我也像超出了平常的自己,到了另一世界里。
나는 떠들썩한 열기를 좋아하고, 또한 차분한 고요를 좋아한다. 그리고 군중들과 함께 하는 것도 사랑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더욱 사랑한다.
我爱热闹,也爱冷静;爱群居,也爱独处。
오늘 같은 밤, 이 창망(蒼茫)한 하늘아래 나는 뭐든지 다 생각할 수 있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이 무한한 자유인임을 느낀다.
像今晚上,一个人在这苍茫的月下,什么都可以想,什么都可以不想,便觉是个自由的人。
낮에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해야 할 말을 지금 이 순간에는 모두 접어두었다.
白天里一定要做的事,一定要说的话,现在都可不理。
혼자 있는 기쁨의 묘미를 저 끝없는 연꽃 향기와 어슴푸레한 달빛과 더불어 누린다.
这是独处的妙处,我且受用这无边的荷香月色好了。
구불구불 굽이진 연못 위로 연잎들이 파랗게 수면 가득 덮여 있다.
曲曲折折的荷塘上面,弥望的是田田的叶子。
물에서 우뚝하게 높이 솟은 연잎은 꼿꼿이 세운 무희의 치마같다.
叶子出水很高,像亭亭的舞女的裙。
겹겹이 포개진 연잎 사이로 간간이 하얀 꽃송이가 맺혀 있다. 더러 가냘프게 피어있거나 부끄러운 듯한
层层的叶子中间,零星地点缀着些白花,有袅娜地开着的,有羞涩地打着朵儿的;
꽃망울은 마치 알알이 나뒹기는 진주같고,파아란 하늘의 반짝이는 별 같기도 하고, 또 방금 목욕하고 나온 뽀얀 미인 같기도 하다.
正如一粒粒的明珠,又如碧天里的星星,又如刚出浴的美人。
산들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맑은 향기가 마치 저 멀리 높은 누각에서 들려오는 아득한 노랫소리처럼 전해오는 듯 싶다.
微风过处,送来缕缕清香,仿佛远处高楼上渺茫的歌声似的。
이때 연잎과 연꽃 사이에 미세한 떨림이 번개처럼 일더니 금세 연못 저쪽으로 물결쳐 간다.
这时候叶子与花也有一丝的颤动,像闪电般,霎时传过荷塘的那边去了。
원래 어깨를 나란히 하듯 촘촘히 붙어있던 연잎에 짙푸른 물결의 무늬가 완연했다.
叶子本是肩并肩密密地挨着,这便宛然有了一道凝碧的波痕。
연잎 아래로 소리없이 흐르는 물은 수많은 잎사귀에 가려 어떤 빛깔인지 알 수 없지만 연잎은 도리어 더욱 돋보이고 운치가 있는 것이다.
叶子底下是脉脉的流水,遮住了,不能见一些颜色;而叶子却更见风致了。
달빛은 흐르는 물처럼 고요히 연잎과 연꽃에 쏟아지고 있다. 희미하게 옅은 안개가 연못에 피어오른다.
月光如流水一般,静静地泻在这一片叶子和花上。薄薄的青雾浮起在荷塘里。
연잎과 연꽃은 우유로 씻은 듯하고 또한 얇은 망사에 가려진 꿈만 같다.
叶子和花仿佛在牛乳中洗过一样;又像笼着轻纱的梦。
오늘 밤은 비록 만월(滿月)이지만 하늘에 잿빛의 층을 이룬 구름이 떠 있어 환히 비추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ㅡㅡㅡ 단잠을 자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나름대로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고나 할까.
虽然是满月,天上却有一层淡淡的云,所以不能朗照;但我以为这恰是到了好处—— 酣眠固不可少,小睡也别有风味的。
달빛이 나무 사이로 비쳐 들어온다. 높은 곳에 무성하게 자란 관목(灌木)위로 어슴푸레 얼룩거리는 검은 그림자는 차가운 기운이 돌만큼 으슥한 것이 흡사 귀신이 걸려있는 듯 싶다.
月光是隔了树照过来的,高处丛生的灌木,落下参差的斑驳的黑影,峭楞楞如鬼一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