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000명만 들어도 감사할 것
작년 시간 시사회 발언 당시 심정은.
괴물은 훌륭한 영화고 1000만 관객은 자랑할 만하다. 그러나 나도 10년 동안 13편을 만들어 해외영화제에서 30여 개의 상을 수상했고 100여 개국에 수출해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괴물의 50분의 1정도인 20만 명 정도는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그러나 20만 명은 꿈이었다. 이젠 터무니없는 기대를 하지 않고 1만 명 또는 1000명이라도 감사하려고 한다.
내 영화는 쓰레기 등의 말은 너무 위악적이지 않나. 팬들에겐 상처가 아닐지.
내 영화를 진심으로 아끼는 분들은 상처받지 않았을 거다. 영화의 진심을 바로 보지 못한 분들이 마음을 바꾸었다면 할 수 없다.
다시 국내 개봉을 발표하면서 997만 명의 반 토막 애정보다 3만 명의 온전한 애정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나에게 영화는 시대의 통신이다. 나는 편지를 쓰는 것이고 내 편지를 받은 사람들만 대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편지를 읽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이제 없다.
외국에서 더 평가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아직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은 김 감독의 작품이고 그에 대한 책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으로 출판됐다)
잘 모르겠다. 꾸준히 내 생각대로 영화를 만든 것뿐. 영화에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연민에 대한 아이러니를 그렸고 그들도 나와 같은 고민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숨의 제작 보고회에서 예술 영화 활성화 방안에 대해 얘기했는데.
현재의 정부 지원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작가 자신의 문제다. 저예산 영화도 치밀한 계획으로 비용을 줄여야 한다. 신인들은 최소 비용이 2억 원 이상 드는 필름보다는 디지털 영화로 자신의 가치를 먼저 보여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숨은 언제 개봉할 것이며 외국에는 벌써 팔렸는지.(숨은 사형수이면서 자살을 기도한 남자와 그를 사랑하게 되는 여자, 그녀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로 대만 배우 장전과 박지아 하정우가 출연한다)
5월쯤으로 예상한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5개국에 선판매를 했고 칸 마켓에서 완성본을 공개해 20여 개국 이상에 판매할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제작비 거품이 많다고 난리다. 그렇게 빨리 저예산으로 찍는 비결은.
이번 영화는 15일간 10회 촬영했고 필름을 2만2000자 썼다.(보통 장편 촬영 시 5060회 차에 필름은 최소 10만 자가 소요된다) 필름을 아끼면 시간과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 시나리오를 20번 이상 수정해 필요한 장면만 찍으려고 노력한다. 시나리오 작업과 헌팅은 혼자 하고 준비에 한 달, 촬영 20일, 후반 작업에 20일이 걸린다. 빨리 찍고 돈을 안 들이는 것이 자랑일 수는 없다. 최소비용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내 영화는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느끼는 영화다. 살면서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행복을 주기보다 불행을 이기는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내 영화를 통해 자신에게 질문해 보기 바란다. 나는 누구인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