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외국서 펑펑 외국인 한국서 찔끔
금융회사 팀장인 최모 씨는 최근 일본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2박 3일 동안 골프장과 온천이용료, 숙박비를 합쳐 모두 70만 원(항공료 제외)을 썼다. 3년 전 항공료를 빼고 100만 원 이상 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30%가량 싸진 셈이다.
최 씨는 3년 전 여행 때 100엔당 1100원 하던 환율이 800원 아래로 떨어진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했다.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가치 강세)의 영향으로 내외국인의 씀씀이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인은 돈 쓰는 데 인색하지 않은 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비싼 물가에 놀라 지갑을 닫고 있다.
원화 환율 하락으로 한국 물가 상대적으로 비싸져
8일 비자카드에 따르면 외국인 중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일본인이 지난해 한국에서 비자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4억2078만 달러로 2005년(4억5510만 달러)보다 7.5% 감소했다.
이에 반해 한국인이 일본에서 쓴 비자카드 사용액은 2억5116만 달러로 2005년(2억375만 달러)보다 23.3% 증가했다.
미국에서 쓴 한국인의 비자카드 사용액도 지난해 10억5255만 달러로 전년(8억6195만 달러)에 비해 22.1% 늘어났다. 미국인은 같은 기간 한국에서 3억6158만 달러를 비자카드로 결제했다. 이는 전년(2억375만 달러)보다 11.4% 증가한 것.
해외에서 한국인의 씀씀이가 헤퍼진 것은 환율 하락으로 원화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현재 달러당 929.8원으로 2005년 말(1011.6원)에 비해 81.8원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엔 환율도 100엔당 856.13원에서 783.02원으로 73.11원 하락했다.
환율 하락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크게 상승했다.
예를 들어 2005년 말 한국에서 10만 엔은 85만6130원어치의 가치가 있었으나 작년 말에는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78만3020원으로 뚝 떨어졌다. 한국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 보일 수밖에 없다.
관광산업 투자로 외국인 지갑 열어야
전문가들은 한국 방문을 주저하는 외국인을 다시 불러들이고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을 붙잡기 위해서는 관광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각종 규제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산업에 대한 투자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여행수지 적자폭을 줄이면서 고용과 생산 활동을 확대해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최승담(관광학부) 한양대 교수는 수도권에 대규모 관광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바꾸는 등 관광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국을 외면하는 국내외 여행객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