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轻的榉树 — 江新才
그에게는 언제가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 나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면 비누 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그의 표정이나 기분까지라도 넉넉히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티이샤쓰로 갈아입은 그는 성큼성큼 내 방으로 걸어 들어와 아무렇게나 안락의자에 주저앉든가, 창가에 팔꿈치를 집고 서면서 나에게 빙긋 웃어 보인다.
“무얼 해?” 대개 이런 소리를 던진다.
그런 때에 그에게서 비누 냄새가 난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가장 슬프고 괴로운 시간이 다가온 것을 깨닫는다. 엷은 비누의 향료와 함께 가슴속으로 저릿한 것이 퍼져 나간다―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이삼 미터의 거리까지 와서 멈추었을 때 나는 내 몸이 저절로 그 편으로 내달은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사실은 그와 반대로 젊은 느티나무 둥치를 붙든것이었다.
“그래 숙희, 그 나무를 놓지 말어. 놓지 말고 내 말을 들어.”
그는 자기도 한두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말하였다. 그 얼굴에는 무언지 참담한것이 있었다.(...)
그는 부르쥔 손등으로 얼굴을 닦았다.
“내 말 알아주겠어, 숙희?”
나는 눈물을 그득 담고 끄덕여 보였다. 내 삶은 끝나버린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집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해 주겠지? 내일이건 모레건 되도록 속히……”
나는 또 끄덕여 보였다.
“고마워, 그럼.”
그는 억지로처럼 조금 미소하였다.
그리고 빙글 몸을 돌려 산비탈을 달려 내려갔다.
바람이 마주 불었다.
나는 젊은 느티나무를 안고 웃고 있었다.
펑펑 울면서 온 하늘로 퍼져 가는 웃음을 웃고 있었다.
아아, 나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