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권
차 례
현도관의 사람들
영웅(英雄)들의 사투(死鬪)
귀원비급을 찾아서 저 먼 곳으로!
칼끝이 빛나는 그 의미는
사랑을 찾아 꽃 피우는 여인들
오직! 하나만을 위하여
안개 속에 감추어진 마음들
일명선사와의 운명의 만남
■ 현도관의 사람들
때는 도화(桃花)가 만발하는 삼월(三月).
원강(沅江)의 강변 현도관(玄都觀)에는 복숭아꽃이 야단스럽게 피어 마
치 꽃수를 놓은 듯 아름답고 봄볕이 따사롭게 내려 쬐는 정원은 한가롭기
그지없는 오후였다.
이때, 복숭아 꽃 가지를 왼 손에 쥐고 오른손으로는 치마 자락을 가볍
게 추켜올린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변을 향하여 걸어 나오는 백의(白
衣) 소녀가 있었다.
희고 우아한 옷을 입은 소녀의 얼굴은 햇빛에 반사되는 복숭아꽃처럼
더욱 아름다웠고 사쁜사쁜 걷는 걸음과 영롱한 눈 그리고 날씬한 몸매는
마치 목욕을 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이윽고 강변에 다다른 백의소녀(白衣少女)는 흐르는 강물을 내려 보다
가 맑은 눈을 천천히 들어 상류를 바라보면서 입가에 생긋이 웃음을 띠웠
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복숭아 꽃 가지를 꺾어 강물에 던졌다. 그러자
꽃은 삽시간에 급류에 휩쓸려 사라지며 홀연 상류로부터 작은 한 척의 고
깃배가 쏜살같이 강변을 향해서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 배위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회색 도포를 날리며 뱃머리에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배의 소녀는 배 위의 노인을 바라보면서 가벼운 웃음을 띠우며
교태로운 소리로 말했다.
「사부님!」
소녀가 부르면서 들고 있던 꽃을 강물에 던졌다. 그리고는 땅을 박차며
몸을 공중에 휘날리는가 했을 때에는 벌써 또다시 물위 떠 있는 꽃 위에
두발을 가볍게 살짝 디뎠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 소녀가 또다시 몸
을 날려 노승이 서 있는 뱃머리에 내려앉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소녀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노승은 즐거운 듯이 웃으며 말했다.
「다 큰 처녀가 아직 개구쟁이 노릇만 하다니!」
하며 닻을 획! 하고 강변으로 던졌다.
노승의 억센 힘에 화살처럼 허공을 나름 닻이 강변에 파묻히자 급류에
떠내려가던 배는 닻줄이 팽팽히 당겨지며 강변에 멈추어졌다.
이때, 노승은 도포자락을 약간 펴는듯하며 질풍처럼 이장 오륙척(二丈
五六尺)이 넘는 수면을 날아 강변에 가볍게 내렸다.
그러자 백의 소녀도 노승의 뒤를 따라 허공을 날아 하늘로 높이 올라갔
다가 공처럼 둥글게 꾸부리며 웃음소리와 함께 노승 옆에 사뿐히 내렸다.
「사부님! 제비가 구름을 뚫고 날듯 저의 무공도 상당히 진전했죠?」
「허…허…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 익숙하진 못하다. 만일 강적의
협공을 받는다면 그 정도의 재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말을 들은 백의 소녀는 노승이 칭찬해 주지 않는 것이 무척 섭섭했
다. 더구나 그 정도의 재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에는 불쾌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