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노승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만약 계속해서 그녀를 방관한다면 말괄량이가 되겠군. 이 기회에
그의 야성을 없애서 차후 교육에 지장이 없도록 하리라……)
혼자 생각한 노승은 꽃같이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이 우수에 잠긴 듯하
고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은 마치 어릴 때 그녀의 어
머니와 흡사하여 삼십 년 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이었다.
노승은 음성을 부드럽게 낮추며
「림(琳)아야! 이리 가까이 오너라!」
하고 다정하게 불렀다.
순간, 소녀는 노승의 부드러운 부름에 고개를 들어 노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물이 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노승 앞에 지나치게 재간을 부
린 것을 뉘우쳤다.
백의 소녀는 노승의 발에 엎드려
「사부님!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절대로 거슬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어
요.」
소녀가 용서를 빌었다.
노승은 가볍게 소녀의 팔을 잡아 일으키며
「림아야, 내 말을 잘 들어라.」
하고는 다음과 같이 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현도관 주인 일양자 도장(一陽子道長)은 곤륜파(崑崙派)의 세 장로(三
長老)중의 한 분이며 분광검법(分光劍法)에 천하무쌍하다. 그래서 나는 너
의 무공을 더욱 향상 시키고자 특별히 그와 약속해서 서로 가르쳐 주기로
했다. 그 분은 너에게 분광검법을 가르쳐주는 대신 나는 그의 제자에게
십팔나한장법(十八羅漢掌法)을 가르쳐 주기로 말이다. 네가 차후 무술이
통달하여 적을 무찌를 수 있게 되거든 부디 네 손으로……원통한 부모의
원수를……갚아야……」
하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옛 추억이라도 생각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는
것이었다.
백의 소녀는 스승의 침통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고는
「사부님! 사부님의 말씀을 명심하여 경솔한 행동은 안 하겠어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사부님! 지금 말씀하신 림아의 부모에 대해서 수년 동안 줄 곧 림아의
마음속에 사무쳐 있는 저의 부모님을 사부님은 말씀해 주시지 않는군요.
저를 낳아 주신 어버이가 어떻게 생겼으며 또 무슨 원통함을 당했는지 알
길이 없어 마음이 아프고 하염없이 눈물만 나와요. 사부님! 저의 부모님
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백의 소녀의 눈에는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 흘러 내렸
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소녀의 말을 듣고 있던 노승은 천천히 눈을 뜨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음, 그 이야기는 차후 적당한 시기에 말할 것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
야. 열심히 일양자 사숙에게 분광검법을 배워……」
그 때였다. 갑자기 복숭아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 속에서 푸른 두루마
기에 짚신을 신고 풍채가 우아하고 당당한 소년이 오솔길을 걸어 나오는
것을 노승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소년은 노승 가까이 와서 허리를 굽혀 공손히 절하며
「저의 사부님께서 등인사백님이 오늘 오실 것이라고 이곳까지 나가보라
는 분부였습니다. 하오나 사백께서 이미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노승이 말했다.
「허……허……고맙군. 그러나 우리 림아가 삼개월 동안 귀관에서 폐를
끼쳐 자네 사부의 소양과 자네의 무공 연마에 큰 지장을 줬을 텐데 마중
까지 나오다니……」
소년은 황망히
「하림사매(霞琳師媒)는 총명이 절정하며 또 등인사백님의 무학 절기를
이어 받아 사매의 장래는 무한한 서광이 비칩니다마는 제자는 천성이 우
둔하여 삼개월 동안 하림 사매와 무공을 연구하여 많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