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쓰러진 거한은 일양자 자신이 이십년 전에 추방한 제자 흑수금강 채방
바로 그 제자가 아닌가?
일양자는 그제야 한 줄기의 슬픔이 분노로 변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분노와 복수심을 합해져 두 괴인을 향해 달려들려는 그
순간, 흙색 얼굴의 괴인이 몸을 민첩하게 날려 독수리처럼 채방의 시체를
덮치는 것이었다.
<휘익!>
일양자는 지금까지 모았던 기력을 다하여 손바람을 일으켜 채방의 시체
를 덮친 괴인의 손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버렸다.
괴인의 손은 말짱했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그것을 본 일양
자는 눈썹을 곤두세우며 한 수 풍뢰교격(風雷交擊)으로 억세게 내려쳤다.
그러자 그 옆에 지금까지 가만히 서 있던 등인대사도 치명상을 입은 거
한에게 무자비한 독수를 쓰는 무도한 천남쌍사의 악독한 행동에 분노하고
있다가 도포의 소맷자락을 슬쩍 흔들어 한 수 유형무공(流螢舞空)으로 괴
인에게 공격을 가하였다.
한편 현도관의 주인인 일양자로 말하면 당대 무술계에서 명성이 쟁쟁한
일류 고수였다. 그가 분노에 가득한 이때 내경(內勁)의 힘을 다해 내려치
는 손바람은 보통 무술이나 손바람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만큼 무시
무시하고 날카로웠다. 그런즉 흑백 얼굴의 괴인이 채방의 시체를 덮치는
데만 정신이 집중되었다가 갑자기 장풍이 몸 가까이 접근하여 닥쳐옴을
느끼자 할 수 없음을 각오하고 재빨리 오른 손을 위로 뻗어 손바람을 막
아 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일격이 워낙 강하여 억센 장풍에 오른 팔이
부러져 나가며,
「으윽!」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몸은 칠 팔 척이나 먼 곳으로 날아 복숭아나무에
부딪혀 떨어지고 나무가 두 동강이로 부러지며 꽃잎이 눈송이처럼 사방으
로 떨어졌다.
또한 일격을 가해 오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던 등인대사의 일격을 종잇
장처럼 흰 얼굴의 괴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록 두 손을 휘두르며 별것 아닌 도포 자락 바람을 가볍게 막기는 막
았으나 자신이 가했던 손바람이 튕겨져 되돌아오는 바람에
「앗차!」
하고 급히 몸을 피하려 하였으나 때는 이미 늦어 천근, 만근이나 되는 철
퇴로 가슴을 얻어맞은 듯 털썩, 주저앉으며 외마디 신음소리 토했다.
「으윽!」
이리하여 천남쌍사 음양판관 왕현과 구혼무상 이통이 순식간에 일양자
와 등인대사의 일격에 중상을 입고 쓰러져 버렸다.
그러나 그들이 비록 중상을 입었다 하더라도 무공에 날쌘 괴인들이어서
재빠른 동작으로 치명상을 면하고 즉시 벌떡 일어난 음양판관 왕현은 하
늘을 우러러 앙천대소한 후.
「현도관주, 등인대사! 오늘 두 분의 일격을 받은 분통함을 오랫동안 간
직했다가 잊지 않고 우리 형제가 목숨이 붙어있는 날까지 꼭 이 원수를
갚고야 말겠소!」
하고는 귀신의 통곡소리 같은 괴상하고도 날카로운 소리를 토하고는 허공
으로 몸을 날려 복숭아나무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한편, 일양자는 제자 양몽환의 상처가 염려되어 더 상대하지 않았다.
또한 등인대사도 살상을 피하려는 마음에서 도망가는 괴인들을 더 추격하
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일양자는 양몽환의 상처가 별로 대수롭지 않음에 마음을 놓으며 채방의
시체로 발을 옮겼다. 채방의 몸은 암기에 맞아 벌집처럼 상처가 나 있었
다. 일양자는 잠시 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