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짓고 풍류와 독서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양몽환의 나이 네 살 때 일이다. 어느 날 양몽환은 옥견과 냇가에서 물
장난을 하며 노는 옆으로 스님 차림의 젊은이가 지나가다 어딘가 비범한
재주가 있는 듯 한 양몽환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응…… 보통 아이가 아니로군.」
하는 그는 누구 아닌 헌도관의 주인 일양자였다. 일양자는 곧 양몽환 소
년의 아버지를 만나 담판했다.
「귀댁의 자제님은 보통 아이가 아닌 것 같소. 반드시 무예계에 정통할
상이로소이다.」
그러자 양몽환의 아버지 양장은 비록 스님 차림의 옷은 입었다 해도 선
풍도골(仙風道骨)의 기품과 육예(六藝)에 정통한 일양자임을 즉시 깨닫고
「황송하오이다. 아직 나이 어려 미숙하오나 뜻이 그러하시다면 제자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리하여 그로부터 사년 후인 양몽환의 나이 여덟 살 때 일양자는 양몽
환을 현도관으로 데려가 수제자(首弟子)로 삼게 되었다.
그로부터 십이 년_____
일양자는 양몽환에게 자기의 비법인 무술의 모든 것을 가르쳐 주어 어
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울 것 없는 쟁쟁한 무술인으로 키워놓고 홀연히 장
진도의 그림을 따라 길을 떠나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양장은 아들 몽환과 하림을 대청으로 불러 앉힌 후
「어찌 너의 사부님은 오시지 않았느냐?」
「사부님은 다른 일에 바쁘셔서 모시고 오지 못하였습니다.」
「흠…… 그럼 현도관에는 언제 가려느냐?」
「사부님께서 분부하시기를 집에서 한 달 가량 쉬었다가 곤륜산으로 가
라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양장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너는 이미 곤륜파 문하가 된지도 오래니 사부님의 분부를 잘 받들어
라. 나와 너의 어머니는 불행히 옥견이가 일찍 죽어 더욱이 세상사가 허
무함을 느꼈다. 또 너의 외삼촌도 태수(太守)로 있을 때 불미한 일을 많이
하여 일찍 죽으니 모든 일이 인과보은(因果報恩)이라 자식까지도 화를 입
는 모양이다. 저쪽 양심당(養心堂)에 가서 어머님을 뵈워라.」
「예……」
「그리고 내일은 옥견의 묘에 가 보도록 하고 모든 행동에 조심하여
라.」
「……」
「너의 사부님도 고도(高道)한 분이니 이 세상에서 깨닫는 바가 있을 때
는 멀리 떠나리라 생각한다. 차후부터 정신 차려야 하느니라.」
「아버님 말씀 깊이 명심하겠습니다.」
하는 양몽환을 믿음직스러운 듯 지그시 바라보던 양장은 하림에게 자애로
운 미소를 보내며 대청을 나섰다.
(모든 것을 초월한 아버지, 어지러운 세상을 깊이 깨닫고 초야에 묻혀
있는 아버지, 오정육욕(五情六慾)에서 벗어나 무아로 돌아간 아버지)
양몽환은 이러한 아버지가 가엾게 생각되다가도 한편 거룩하게 생각되
었다. 방안은 얼마동안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양몽환은 어지러운 생각을 떨치듯 숨을 몰아쉬며
「심소저, 저의 어머님을 찾아가 뵈어요.」
하고 조용한 침묵을 깨뜨렸다.
이때 하림도 맑고 아름다운 눈을 아래로 내려 깔고 있다가 양몽환의 소
리에 생끗 웃으며 따라 일어났다.
양몽환은 하림을 데리고 대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나 양심당으로 향했
다. 삼간(三間)이 조금 넘을 듯한 초가지붕의 양심당은 그 깨끗함이 방으
로 들어서면서부터 더 했다. 깨끗이 정리한 가구며 먼지하나 없이 닦아진
방안! 그 가운데 백송(白松)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팔선탁자(八仙卓子)
옆에 청의를 입고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불경을 외우는 중년 부인의 모
습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