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끗 웃으며 그의 뒤를 따라 붉은 담장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을 뛰어 넘고 수풀을 지나 소나무가 우거진 길
로 나섰다. 그러자 그 길은 곧장 양몽환의 집 대문과 바로 통하여 큰 대
문이 환하게 보였다. 그 대문 기둥에는 수월산장(水月山莊)이라는 글이 새
겨져 있는 현관이 있고 빠끔히 열린 문사이로 오십 세쯤 되어 보이는 하
인 차림의 노인이 정원을 쓸다 양몽환을 발견하고 달려 나왔다.
「도련님! 늙은 이놈이 어제도 도련님 이야기를 했습지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오시니…… 바로 내일이 견소저의 제사(祭祀)날이라 도련님이 오
시기를 기다렸더니……」
하며 눈물을 닦는다.
양몽환은 화다닥 놀라며
「뭐! 뭐라고, 제사라니…… 그럼 견소저가 죽었다는 말이오?」
하인은 소매 뿌리로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하늘도 눈이 멀었지. 그렇게 아름다운 견소저를 이 늙은 것보다 먼저
불러 가다니……이런 원통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양몽환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휘청거리다 간신히 하인의 팔을 붙
잡으며
「어찌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말하오, 정말 견소저가 죽었단 말이오?」
하며 흔들었다. 그러자 양몽환의 공력이 너무 억세어서 무심코 힘차게 흔
들린 하인은 그 힘을 감당할 수 없어 뼈가 부러지는 아픔을 참느라고 신
음하며 눈물 콧물을 줄줄 흘렸다. 그러나 양몽환은 너무나도 돌연한 충격
때문에 힘차게 흔들었지만 그의 고통이 자기의 공력 때문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대청마루에서 풍채가 의젓한 노인이 두루마기를 입은 채 나오며
「환아야! 무슨 짓이냐? 빨리 손을 놓아라!」
하는 호통 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양몽환은 얼핏 손을 놓으며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근엄하신 아버지가 서 계시지 않은가 양몽환은 황망히 무릎을
꿇으며
「환아가 문안드립니다.」
하며 절을 했다.
그러나 노인은 양몽환의 절은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하인에게 물었다.
「다친 곳은 없느냐?」
하인은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닦으며
「걱정 마십시오. 그래도 이놈이 지탱 할 수 있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다행이군, 물러가 쉬게!」
하인은 굽실거리며 물러갔다.
그제야 노인은 땅에 엎드려 있는 몽환을 보며 나무랬다.
「너도 이미 이십 세의 장부다. 어찌 하인에게 소홀한 짓을 하느냐! 내
조금만 늦게 나왔더라면 팔이 부러질 뻔 하지 않았느냐?」
비로소 몽환은 자기가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고 용서를 빌었다.
「자식이 돌연한 충격으로 일시에 범한 일이오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하고 사죄했다.
「음…… 견소저의 죽음은 나도 애석하다. 나와 네 어멈이 정성껏 있는
힘을 다했다마는 하늘의 뜻이다. 제 운명을 어쩌랴 그만 일어나 거라!」
하고는 이어 하림을 보고 나지막하게 물었다
「저 소저는 누구냐?」
양몽환은 일어서면서
「저의 사매입니다. 심하림이라는 소저이며 사부님의 분부로 곤륜산까지
데리고 가던 도중이옵니다.」
하고 하림에게 다가가 낮은 소리로
「나의 부친이시오.」
했다.
그러자 하림은
「백부님!」
하고 땅에 엎드리며 큰 절을 했다. 노인은 웃으며
「심소저, 일어나시오, 큰절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말에 일어나 잠잠히 양몽환의 뒤로 물러섰다.
양몽환의 아버지는 양장(楊璋)이라 불리며 명나라 무종(武宗)때 그 벼슬
이 재상까지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