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나는 동숙정(童淑貞)이라고 해요.」
하고 다정하게 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양몽환은 혜진자의 분
부를 기다리지 않고 서너 걸음을 나서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뒤
「숙정 누님! 소제는 양몽환이라 합니다.」
하는 것이었다. 동숙정은 양몽환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저보다 떠 나이가 많은 것 같고 또한 대사백(大師伯)님의 제자이시니
저보고 동생이라고 부르십시오.」
그러자 양몽환은
「아마 제가 누님보다 늦게 입문(入門)하였을 것입니다.」
라고 웃으며 대답하였다. 동숙정은 눈언저리가 붉어지면서
「저는 부모가 없는 불운한 사람으로 세살 때 사부님이 곤륜산에 데려
오신지 벌써 십팔 년이 되었습니다.」
「그림 제가 누님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저는 사부님을 따른 지가 십이
년 밖에 안 되었습니다.」
이때 잠자코 있던 하림이 동숙정의 손을 잡으며
「언니! 저도 언니와 같이 부모가 없는 외로운 몸입니다.」
하고 말하는 그녀의 밝은 얼굴에는 검은 구름이 지나갔다. 이때 까지 제
자들의 대담을 듣고 있던 혜진자는 마음속으로 목전의 일을 어떻게 치리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일양자의 편지에는 장진도
(藏眞圖)를 얻었으므로 차양사(遮陽寺)의 등인대사(澄因大師)와 함께 절남
(浙南) 괄창산(括滄山)으로 귀원비급(歸元秘?)을 찾으려고 떠나는 길에 양
몽환과 하림을 데리고 갈 수 없으니 금정봉 삼청궁에 있게 해 달라는 것
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귀원비급을 찾는 대로 곧 돌아오겠다는 것과 옥
영자와 혜진자가 괄창산으로 자기를 찾아오지 말도록 당부하였기 때문이
었다.
그러나 혜진자가 상북으로 일양자를 찾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혜진자는 한참 생각한 후 양몽환에게
「네 사부님께서는 장진도를 구한 후 괄창산으로 가셨다. 나는 요즘 풍
문을 듣고 믿지는 않았으나 궁금해 찾아 왔다. 오늘 밤 너희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현도관으로 헛걸음을 할 뻔 했구나.」
혜진자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계속하여 말하였다.
「네 사부님께서는 너와 하림을 삼청궁에 머물게 하라고 하시었다만 조
금 사정이 달라졌구나. 네 사부님께선 내가 상북으로 오리라고는 생각하
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곤륜산은 길이 험하고 또 멀다. 이제 장진도의
소문이 새었고 또한 너희들이 십여 년간 무예를 익혔다고는 하지만 아직
무술의 경험도 없는 너희들을 곤륜산으로 보내기엔 내 마음이 놓이지 않
는다. 그래서 나와 함께 절남 괄창산으로 너희 사부님을 찾아가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혜진자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양몽환은 느끼는 바 있어 곧 이틀 동
안에 일어났던 각파의 고수(高手)들을 만나 싸운 일을 낱낱이 혜진자에게
말했다.
혜진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양몽환의 말을 들은 다음
「화산파(華山派)의 괴수 팔비신옹 문공태(八臂神神翁聞公泰), 점창삼안
(點蒼三雁)과 사수구원(蛇?丘元)등은 모두 무술계에 이름을 떨치는 인물들
이며 또한 천용방(天龍幇)의 세력은 강남(江南)에 널리 퍼져 있으니 적을
경시(輕視)해서는 안 된다. 너의 사부님의 무술도 대단하지만 이 많은 고
수들을 상대하기엔 곤란할 것이다. 다행히 이들의 목적이 장진도에 있으
므로 그것을 얻기 전에는 사부님을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들은 오늘
저녁 남쪽으로 내려가자……」
혜진자는 여기까지 말을 하다 갑자기 얼굴을 들어 삼장(三丈)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