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를 바라보면서 소리치는 것이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왜 숨으시오?」
이 말이 끝나자 큰 나무 가지가 무성한 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달빛에 검은 그림자를 끌며 큰 새가 나는 것같이 가볍게 혜진자가 있는
오륙 보 밖으로 훌쩍 내려섰다.
머리는 백발이며 흰 수염에 점은 장삼을 입은 한 노인이 손에 죽장을
짚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늙은 몸이 문공태요 산야에 묻힌 몸을 곤륜 삼자와 견주어 논할 수
있겠습니까?」
양몽환은 이 사람이 바로 팔비신옹이란 것을 알아채고 급히 칼자루를
잡으며 경계했다.
그러자 혜진자가 담담히 웃으며
「화산파의 장문종사(掌門宗師)이십니까? 빈도(貧道)가 실례를 하였소이
다마는 어째 혼자 이곳에 오셨습니까?」
문공태는 음흉하게 웃으며 혜진자를 노려보았다.
「천만에! 곤륜삼자는 과연 듣던 그대로군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늙
은 놈을 경계하고 있소이까?」
혜진자도 그의 말을 일소에 붙이고 문공태가 뛰어 내려온 나무를 다시
돌아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또 누군가 숨어 있는 표정이었다.
「숨지 말고 떳떳하게 나오시오!」
하는 혜진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 어두운 곳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화살과 같이 바람소리를 일으키며 달려 나오는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두 명의 괴한은 도포차림의 도인과 선비 차림의
서생이었다. 이때 팔비신옹이 나서면서
「내가 세 분을 소개 하겠소. 이 두 분은 유명한 점창삼안 중의 둘께와
세 째 되는 분들이고 이 분은 곤륜삼자의 혜진자입니다.」
혜진자가 웃으면서 공손하게 말했다.
「점창삼안의 대명은 오래 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오늘 이
렇게 두 분을 만나 뵈니 빈도(貧道)의 인연인가 합니다.」
그 중년 서생은 두 손을 읍하면서
「곤륜 삼자의 협명(俠名)은 무림(武林)까지 알려졌고 천강장(天?掌)과
분광검법(分光劍法)은 무술계에 으뜸입니다. 이렇게 만나 뵈리라고는 생각
지도 못하였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쌍장(?掌)을 휘둘러 숨은 힘을 쪽 뻗쳤다.
혜진자는 눈썹을 곤두세우고 오른 손으로 옷을 털고 왼손을 가슴에 댄
후 허리를 굽혀 선비를 쳐다보았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하고는 자기의 힘을 내니 두 힘이 맹렬히 부딪쳐 혜진자의 옷깃이 움직이
고 그 중년 서생의 양 어깨가 두어 번 들먹거렸다. 이때 문공태가 나서며
「그럼 모두 괄창산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먼저 실례하겠소.」
하고는 왼 쪽 손바닥을 쭉 뻗쳐 두 사람의 사이를 뚫으며 나는 듯이 사라
져 버렸다.
그러자 서생이 급히 나서며 번개같이 달려가 문공태에게
「문형! 좀 기다리시오. 우리 같이 가는 게 어떻겠소?」
하고는 혜진자를 돌아보면서 말한다.
「차후에 다시 만납시다. 문 노인에게 선착을 뺏기면 큰일입니다. 먼저
가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도인을 재촉하여 문공태의 뒤를 따라 살같이 내달리는
것이었다.
혜진자는 세 사람이 멀리 가는 것을 보고는 하늘을 쳐다보며 탄식했다.
(무의식중에 한 몇 마디 말로 저들에게 대사형의 거처를 알려 주고 말
았구나.)
하고는 작은 소리로 양몽환에게
「어서 우리도 떠나자.」
양몽환과 하림 그리고 동숙정을 재촉했다.
괄창산은 절강 동남부(東南部)에 있는 산으로 상북에서 수 천리 길이었
다.
혜진자는 일양자의 안위가 마음에 걸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길을 갔다.
그녀는 오랫동안 강호에 나다녔고 경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