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변하여 날 사랑하지 않을 것인지 말씀해 주세요?」
양몽환은 뜻밖의 물음에 당황하며
「무슨 소리야?」
하고 눈을 크게 떴다.
「오빠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난 죽을래요.」
양몽환은 어이없이 웃으며 하림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여 주였다.
「어서 가서 자. 나는 마음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영원히 너만 생각
해.」
이 말에 하림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만족한 듯 생끗 웃으며
「오빠!」
하고 부르고는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 속에는 천만 마디의 말보
다 더 다정한 속삭임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양몽환의 방을 나와 자기의 침실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네 사람은 괄창산을 향하여 떠났다. 비록 혜진자가
강호에 오랫동안 나다녔다 하여도 이때만은 마치 망망한 대해에 돛 잃은
일엽편주와 같았다. 수많은 괄창산의 천봉만령(千峯萬嶺)과 유곡심학(齒谷
深壑)의 이 천리 황산(荒山)에서 사람을 찾는 다는 것은 용이하지 않았다.
일양자가 또 보급(寶?)이 산중 어느 곳에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절제의 기지를 가진 혜진자도 연면기봉을 바라보고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길은 갈수록 험준하여 갔다. 더구나 초행(初行)길인 그들로서는 방향
마저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경신술(經身術)을 가진 그들은 겨우 방향을 잡아 산을 올라갔다.
십여 개의 산 고개를 넘자 해는 서산으로 넘어갔다. 혜진자는 물론 양
몽환과 하림 그리고 동숙정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졌고 약간 가쁜 숨
을 쉬며 산을 넘었다.
혜진자는 세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건량(乾糧)을 바위 위에 앉아 먹게
하고는 자기는 경신술을 발휘하여 우측에 있는 깎아지른 절벽위로 올라갔
다. 마치 새가 나무 가지를 건너 앉은 것같이 옮겨 뛰어간다. 그리고는
잠깐 사이에 수 백 장을 올라갔다. 이것을 본 하림은 크게 감탄하여 중얼
거렸다.
「스승님의 경공(輕功)은 정말 훌륭하구나. 내가 스승님과 같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양몽환이 웃으면서
「높은 무술을 익히려면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 할 날이 있
지.」
하자 동숙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림 동생은 내외의 무술의 기초가 되어 있고 또 어여쁘게 생겼으니
제일 적당한 것은 날으는 기술(飛行輕功)을 닦는 게 좋겠어. 만일 하림이
열심히 배운다면 삼 년 안에 스승님의 절학(絶學)을 거의 익힐 수 있을
거야. 그러나 하림이 열심히 할지 모르지 내 생각엔 할 수 있을 것 같은
데.」
하고는 생끗이 웃으며 양몽환을 쳐다보았다. 양몽환은 얼굴이 붉어져 고
개를 돌려 골짜기만 내려 보았다. 심소저는 머리를 들어 하늘에 떠도는
흰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골짜기를 내려다보던 양몽환은 갑자기
「앗!」
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이때 깜짝 놀란 동숙정과 하림은 눈을 크게 떴다.
바로 백 장이나 넘는 골짜기 밑에 사오장이 넘는 큰 뱀(大蛇)과 큰 학
(巨鶴)이 싸우고 있었다. 큰 뱀 몸통은 먹과 같이 까맣고 비늘은 햇빛에
번쩍이었다. 백학도 매우 진기하게 생겼는데 보통 학보다 이십 배나 더
크고 벼슬은 불보다도 더 빨갛다. 학이 공중에서 빙빙 돌다가 뱀에게 덤
벼들면 뱀은 하체를 똘똘 말고 상체를 위로 들고 무서운 독기를 뿜어낸
다.
큰 학은 독사의 독기를 피해 급히 날개를 퍼덕이며 뱀의 주위를 돌며
긴 부리로 마구 쪼아 대며 괴성을 질렀다. 학과 뱀의 싸움이 한참 지나자
뱀의 입에서 뿜어내는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