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는 잘 접어 몸에 지니고 절벽을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다시 만봉이 연접한 첩첩 산중을 걸어갔다. 산세를 살펴본
혜진자는 동남방의 산봉우리들이 더 기발하여 마음속으로 험한 산 속에
백운암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길로 세 사람을 데리고 동남방을 향하여
걸어갔다. 그러나 하림은 길을 걷는 동안 그 큰 학을 탔으면 하는 생각에
가득 차 한 마디 말도 없이 길만 걸었다. 그러한 하림을 본 양몽환은 무
엇을 깊이 생각하는 것 같아 조용히 다가가서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난 아까 그 큰 학을 타고 싶은데 오빠도 방법이 없을 것 같아 물어 보
지 않았어요.」
하고는 쓸쓸히 웃었다.
양몽환은 그녀의 쓸쓸한 웃음을 보면서 무슨 일이든지 너무 신경을 쓴
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을 상하게 할까 염려한 그는 웃으면서 위로했
다.
「그거야 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다음에 학을 만나면 내가 잡아
주지」
「굉장히 빨리 나는 데 잡을 수 있어요?」
하고 하림은 웃었다.
그 말에 양몽환은 약간 얼굴을 붉혔다. 하림의 마음을 위로하여 주려고
생각지도 않고 그냥 한 말인데 하림의 말을 들으니 사실 맞는 말이다. 가
만히 침묵에 잠긴 그는 생각에 잠겼다.
(그렇군! 다음에 그 학을 만나도 잡을 수 없지!)
하림은 양몽환의 태도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채고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다정히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난 그 학을 타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러자 양몽환은
「며칠 안에 내가 작은 놈으로 한 마리 잡아 줄께.」
하고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네 사람은 그날 밤을 산에서 노숙하고 다음날 날이 밝자 계속하여 길을
걸었다. 이때 이들은 괄창산맥에 들어와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네
사람은 이상한 돌이 울퉁불퉁 나와 있는 길을 걷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걷기 어려운 위험한 길이었으나 경신술이 있는 이 네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계속 첩첩이 이어진 산은 얼마나 길이 멀리 뻗쳐 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혜진자는 말을 하진 않으나 속으로는 걱정이었다. 백운암(白雲巖)이 어
느 산 속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되돌아 설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
이었다.
이때. 갑자기 뇌성과 같은 맹수의 울음소리가 심산유곡에 메아리쳐 울
렸다. 그러자 곧 잿빛 털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큰 사자가 입을 크게 벌
리고 네 사람을 향하여 천천히 오는 것이었다. 하림은 놀래어 동숙정을
붙들고 외쳤다.
「언니! 저 호랑이는 참 큰 데 사람을 물어요?」
「저건 호랑이가 아니고 사자야. 동생은 무서운가?」
「예 좀 두려워요 그러나 무섭지는 않아요. 저놈이 우릴 해치려 하면 내
가 죽여 버리겠어요.」
이 때 혜진자 등 네 사람은 수 십 장이나 되는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사자는 네 사람을 한참 보더니 한 번 울부짖고 유성 같이 날쌔게 네 사람
이 서 있는 앞 바위 밑으로 달려들었다.
혜진자는 내공을 모으고 있다가 사자가 덤벼들자 곧 손을 내리쳤다. 이
와 동시에 양몽환, 하림, 숙정이 등에 걸머진 칼을 빼어 드니 세 사람의
칼은 햇빛에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그러나 사자는 바위 밑까지 왔다가는 갑자기 몸을 돌려 천천히 돌아간
다. 백수지왕(白獸之王)이란 사자가 사람을 보고 그냥 돌아 서니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 하늘에서 학의 울음소리가 들려 일행은 고개를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