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었다. 하림은 기뻐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오빠! 저것 봐요! 큰 학이 정말 또 있어요!」
그러나 학은 백여 장쯤 떨어진 곳에서 날개를 흔든다. 그리고는 절벽이
이어져 있는 봉우리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학과 사자가 오른 쪽 절벽이 끝나는 곳에서 똑같이 사라진 점 이었다.
이상히 생각한 혜진자는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살폈다. 그 곳에서는 바
람소리 속에 간간히 퉁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그 퉁소소리는 크지는 않
았으나 힘이 있었다. 한참 듣고 있던 혜진자는 놀라며 내공을 발휘하였
다.
이때 양몽환 등은 그 퉁소 소리에 그만 내공이 약해지고 마는 것이었
다. 혜진자는 마음이 급하여 세 사람의 혈도(穴道)를 막아 주려고 생각하
는데 그 퉁소소리는 그치며 여음만 멀리 흩어졌다.
「사숙님! 이 퉁소 소리는 좀 이상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우리
들의 내공마저 약화시키는군요. 아무리 제지하려고해도 못하겠어요.」
하고 감탄하는 것이었다. 혜진자는
「지금 그 퉁소 소리는 무문(武門)중에서 일종의 높은 내공이다. 내가 아
는 바로는 천하에 이 내공의 힘을 가진 자는 많지 않아 옥소선자(玉簫仙
子)에 틀림이 없다. 그녀가 괄창산에 왔단 말인가? 만일 이 마귀 년이 왔
다면 네 스승님이 매우 위험하게 되었다.」
「그 옥소선자는 누구입니까? 팔비신옹 문공태와 천용방의 이창란(李滄
瀾)보다 더 강합니까?」
하고 양몽환이 물었다. 혜진자는 머리를 끄덕이며
「그를 본 사람이 적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은 없다. 그러나 그의 부드러운 퉁소 소리는 가끔 강호에 나타나서 적지
않은 무림(武林)의 고수들을 퉁소소리로 쓰러뜨리기 때문에 강호에서는
그를 옥소선자란 별명을 붙였다. 들리는 말에는 옥소선자는 검은 옷을 즐
겨 입고 얼굴은 검은 비단으로 가린다고 들었다. 그녀는 변장(變裝)에 무
쌍한 괴녀(怪女)로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사람이 없단다.」
혜진자가 막 말을 마치자 또 멀리서 학의 울음소리와 사자의 울부짖음
이 들려 왔다
이번에는 소리가 더 처절하였다. 혜진자는
「가서 좀 보자!」
하고는 앞장을 섰다.
몇 구비를 지나자 앞의 경치가 일변하는 것이었다. 깊은 골짜기가산봉
우리를 돌아 꼬불꼬불 뻗어 있고 지세는 평탄하였다. 온갖 기화(奇花)가
피어 있어 산들바람에 향내를 풍긴다. 그러나 그 사자나 학은 어디로 갔
는지 보이지 않았다.
네 사람은 경신술로 골짜기를 뛰어 넘어 계속 몇 개의 산봉우리를 넘어
섰다. 혜진자는 양몽환과 하림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보고는 걸음을 멈
추고
「이 골짜기는 봄과 같이 따뜻하고 경치가 좋군. 우리 이곳에서 잠시 쉬
었다가 가자.」
하는 것이었다.
이 때 해는 지고 저녁노을이 골짜기에 반사되어 창송취백(蒼松?柏)이
그 빛을 받아 더욱 파랗게 보였다.
하림은 풀 위에 누워 하늘에 구름의 변화를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입가에 웃음을 띠우고 있었다.
이때 사방을 살펴보던 혜진자는 갑자기 땅바닥에 무엇인가 써 놓고는
몸을 일으켜 절벽근처로 걸어갔다. 그리고 곧 등을 절벽에 대고 뱀이 기
어가듯 백여 장이 넘는 절벽을 가볍게 올라가는 것이었다.
양몽환은 작은 소리로 옆에 있는 동숙정에게 말했다.
「삼사숙(三師叔)의 벽호공(壁虎功)이 굉장하십니다. 우리는 삼십장(三十
丈)밖에 못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