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십니다 그려.」
「그래도 저보다는 많이 올라가시는군, 나는 겨우 이십 장 밖에 올라가
지 못하는데.」
하고 웃으며 말하였다.
그러자 하림이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오빠! 사람이 와요.」
이 말에 동숙정과 양몽환은 일제히 뒤로 돌아 보았다. 과연 동쪽에서
한 청의(靑衣)소년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걷는 것 같으나 매우
빨랐다. 잠깐 사이에 세 사람 앞으로 왔다. 그러나 그 사람은 본체도 않
고 그냥 냉소를 하면서 세 사람을 지나쳐 가 버리는 것이었다.
세 사람은 머리를 돌려 그 청의 소년의 뒷모습을 자세히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 청의 소년은 두 발을 땅에 대지 않고 가고 있었다. 이 풀 위를 걷는
내공은 양 몽환도 할 수 있는 것으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단숨에 저렇게 먼 거리를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볍게 빨리 가는 것인데 청의 소년은 그 행동이 매우 훌륭하였다.
양몽환은 마음속으로 자기의 무술은 청의소년을 따를 수 없고 일양자
사부님과 사숙 혜진자도 그에 미치지 못 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양몽환은 멍청히 그 청의의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산 꼭대기까지 올라간 혜진자는 동쪽에 凸형으로 튀어 나온 세 개
의 높은 봉우리를 발견했다. 그 중의 한 봉우리에 흰 줄이 보이는데 저녁
햇빛을 받아 더욱 눈에 띠었다. 얼마동안 자세히 보던 혜진자는 그것이
다름 아닌 폭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골짜기 밑은 비록 꾸불꾸불하게 뻗어진 계곡이었으나 모두 저
높은 산봉우리에 연하여 있었다.
산세를 자세히 살핀 혜진자는 다시 벽호공의 수를 써서 절벽 밑으로 내
려왔다. 그러자 양몽환이 방금 지나간 청의 소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무림의 여걸이라 일컬어지는 혜진자도 이 말을 듣고는 안색이 변하는
것이었다. 정신을 집중하여 한참 생각하며 말이 없었다. 양몽환이 설명한
청의 소년의 신법(身法)은 일종의 높은 능공허도 내가신공(凌空虛渡內家
神功)으로 이 법은 무림의 전설로만 전하는 것이었다.
수 십 년간을 강호에서 지낸 혜진자는 견문도 넓었다. 그러나 무예계에
서 이런 경신술을 쓴다는 인물을 들어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언행이 신
중한 양몽환의 말로 미루어 보아 청의 소년의 경신술이 정말이라고 느껴
져 혜진자는 적지 아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혜진자는 한참 생각하다가 억지로 진정하며 다시 물었다.
「그 청의 소년은 대략 몇 살이나 되어 보이더냐?」
양몽환은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대답하였다.
「부끄럽습니다만 그 사람의 걷는 모양이 구름이 흐르듯이 보기에는 천
천히 걷는 것 같은데 실지로는 비할 바 없이 민첩하였습니다. 제가 정신
을 차려 보았는데도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보지 못 하였습니다. 그는 키가
작고 섬세하게 생겼고 나이는 퍽 어린 것같이 보였으나 풀 위를 걷는 것
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만일 너의 말이 옳다면 그건 풀 위를 걷는 무술이 아니다. 그가 너의
옆을 지날 때 산들 바람이 일지 않던가?」
이 말이 양몽환을 깨우쳐 주었다.
「사숙님이 묻지 않으셨으면 제가 생각해 내지 못할 뻔 하였습니다.청의
소년이 지나칠 때 바람은 느끼지 못하였고 또한 그의 옷자락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두 무릎을 곧 바로 세워 가지고 산들바람이 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