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는 것 같은 신법이었습니다.」
혜진자는 그 말에 더욱 놀랬으나 담담히 웃으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양몽환은 혜진자가 말을 다 하지 않은 것을 느꼈으나 혜진자가
말하지 않으므로 그 역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밤은 점점 깊어졌고 동쪽 하늘엔 밝은 명월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골짜
기는 매우 조용해졌고 경치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혜진자는 천천히 일어
나 달을 보면서 풀밭을 천천히 왔다 갔다 했다. 동숙정은 혜진자의 모습
에서 마음속으로 무슨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 하였다.
바로 이때, 갑자기 고요한 산골짜기에 멀리서 큰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에 양몽환이 벌떡 일어나자 하림과 동숙정도 일어났다. 혜진자는 정
신을 가다듬어 그 소리의 여음이 완전히 없어질 때가지 듣고 있다가 세
사람을 돌아다보며 말하였다.
「많은 무예계의 고수들이 모두 괄창산에 와 있다. 이 소리는 가까운 곳
에 나는 것이다. 어서 가자!」
네 사람은 비행신법(飛行身法)으로 깊은 골짜기를 달려 두경(兩更)쯤 되
는 시간에 칠팔십 리를 달려 왔다.
골짜기는 들어갈수록 점점 웅장하고 험해져 갔다. 다시 두 고개를 넘어
서자 우레와 같은 폭음소리가 들렸다. 그곳에는 凸형의 산봉우리가 우뚝
서 있었고 그 가운데로 기운찬 물줄기가 흘러내리는데 마치 산 위에서 흰
줄을 내려뜨린 것 같이 선명하였다. 또한 골짜기도 갑자기 확 넓어져 기
화요초가 만발하여 향기를 내뿜고 있으며 골짜기가 끝나는 곳에는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다. 그 소나무 숲 뒤에 있는 작은 산봉우리가 퍽 아름답
게 보였다. 그 곳으로 맑은 물이 흘러 내려 큰 소나무를 돌아 동굴 속으
로 흘러 들어가는데 폭포 소리에 곁들여 졸졸 흐르는 소리가 운치 있게
들려 왔다.
혜진자는 양몽환 등을 물이 흐르는 굴 옆으로 데리고 가서 아래를 굽어
보게 했다. 물줄기는 길이가 십장 정도에 넓이는 삼장 정도가 되어보였
다. 이 골짜기는 평평하던 시내가 갑자기 아래로 떨어졌으므로 그 굴 밑
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동굴 속은 캄캄하고 어두워 보이는 것
도 없었다.
조물주의 신기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불가사의 하게 느끼게 하고 감탄하
게 하는 것이었다.
혜진자의 정통한 내공과 초인의 눈빛을 가지고도 십장 정도밖에 볼 수
없었고 그 이상은 알아 볼 방도가 없었다.
이때, 그 캄캄한 곳에서 흰 그림자가 번쩍하더니 전광석화와 같이 굴
밖으로 나와 바람을 일으키며 날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조금 전
의 큰 학이었다.
백학이 굴 밖으로 날아 나오자 하림은 손뼉을 치면서 외쳤다.
「아! 저 큰 백학이 이 굴 속에 사는구나!」
그녀의 외침에 양몽환은 무의식적으로 재빨리 왼 손으로 얼굴을 보호하
며 바른 손으로 천강장의 적수박용의 수를 석 학을 쏘는 것 같이 그 백학
에게 덤벼들었다.
그 학은 위로 날다가 사람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는 몸을 휙 돌려 왼쪽
날개로 번개같이 내려치며 양몽환의 장풍이 마치 닿기도 전에 장풍을 막
아냈다.
그러자 학이 날개로 쳐 보낸 바람을 맞은 양몽환은 그만 쓰러지고 말았
다. 그러자 학은 유유히 흰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갔다.
돌변한 사태에 혜진자는 도포 자락을 날리면서 양몽환에게 달려가고 하
림은 두 눈에 눈물을 흘리며 발발 떨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