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웃었다.
「나와 등인대사는 일주일 동안이나 괄창산을 헤매다가 겨우 이 골짜기
에 도착하였는데 너희들이 한발 먼저 왔구나.」
「우리야 우연히 들어 왔던 길이지요」
하고 혜진자가 대답하였다.
일양자는 이때 시간이 귀하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달
빛에 장진도를 내어 놓았다. 흰 비단에 산이 그려져 있는데 세봉우리가
凸형으로 나란히 솟아 있고 가운데 봉우리에서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골짜기와 흡사하였다. 그리고도 골짜기가 끝나는 곳도 완전
히 같았다. 사실 귀원비급이 이 근처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도에는 보물
이 있는 곳을 명시하지 않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한동안 의논하였으나 알 길이 없었다. 일양자가 머리
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을 때 문득 달빛이 소나무를 비치고 바람에 소나
무 그림자가 흔들리며 온 땅에 은빛이 어른 거렸다. 그는 곧 작은 소리로
지도에 써있는 글씨를 읽었다.
「푸른 소나무 위에 달빛이 비치면 돌 위에 밝은 샘이 흐르도다.」
일양자는 갑자기 일어나 거송(巨松)밑에 있는 큰 돌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깨끗한 물이 졸졸 큰 바위를 돌아 백장 밖에 있는 깊은 동굴로 흘러간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바위는 천연적으로 생긴 바위로서 그 주
위는 의심할만한 아무런 표적도 없었다. 일양자는 실망하지 않고 한 시간
동안이나 주위를 들면서 자세히 살폈으나 아무런 단서를 찾아 내지 못하
였다.
하림은 깨끗한 물을 보고는 며칠간 목욕을 못한 것 을 생각하고는 천천
히 물가로 가서 신을 벗고 백옥 같은 두 발을 물에 담갔다. 이 물은 눈이
녹아서 내리는 물로서 뼈까지 차가왔다.
(이 곳에서 목욕이라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돌 위에 걸터앉아 두 발을 물에 담그고 그
맑은 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동안 장진도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양몽환은 걱정이 되어 물을 따라
내려오다 물가에 앉아 있는 하림을 발견했다. 양몽환이 가만히 그녀 옆으
로 가서 조용히 말했다.
「무엇을 생각 하고 있니? 아직도 학을 타고 싶은가?」
하림은 얼굴을 돌려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 산골짜기가 넓다면 물이 모여 호수가 되겠지…… 생각했어요.」
양몽환은
「아!」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그의 머리 속에는 번개 같은 하나의 생각이 떠올
랐다.
(이 산골에 흐르는 물은 수 백 년을 흘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저
굴 속이 얼마나 깊은지는 모르지만 물이 나가는 곳이 없다면 물이 꽉 찼
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굴 속에는 반드시 물이 흘러 나가는 곳이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자기도 모르게 물 속으로 손을 뻗어 더듬어 보았다. 굉장히 미
끄럽다. 자세히 보니 이 골짜기는 주위가 천연적인 석벽으로 되어 있었
다.
장진도에 쓰여 있는 바위 위에 밝은 물이 흐른다는 뜻을 생각하고는 자
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 이 깊은 굴속에는 또 다른 천지가 있을 것이다!)
일양자 등은 침묵에 잠겼다가 양몽환이 지르는 소리를 듣고 모두 달려
왔다. 양몽환은 무의식중에 발견한 것을 일양자에게 이야기 했다.
과연 양몽환의 말대로 굴속은 미끄러워 발 디딜 곳이 없었다. 한참 생
각한 일양자는 양몽환에게 분부했다
「가서 등나무를 거두어 오너라!」
하고는 풀밭에 정좌하여 눈을 감은 일양자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