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자는 일양자가 동굴 속을 탐색할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도 아
무 말도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걱정만 하였다.
얼마 만에 양몽환은 등나무 줄기를 가지고 돌아 왔다. 그러자 일양자는
별안간 일어나서는 큰 소리로
「이 깊은 동굴 속의 벽은 몹시 미끄럽고 얼마나 깊은지 모른다. 벽호공
의 무술로는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 나는 이 등 넝쿨을 이용하여 밑을
조사하고 올 터이니 너희는 내가 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 다려라!」
하고는 양몽환에게 모아 온 등 넝쿨을 하나하나 길게 이으라고 하였다.
양몽환은 등 넝쿨 다 이어 놓고서
「사부님! 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러자 일양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밑은 깊이를 알지 못하고 그곳에 독물괴수가 있을지 모르니 네 힘
으로 감당키 어렵다.」
「그럼 제가 대신 가보면 어떨까요?」
혜진자가 다시 나섰다.
「어찌 내 대신 위험한 곳에 가겠소. 양몽환과 하림 두 아이를 잘 보살
펴 가르치기를 부탁하오. 그리고 내 대신 장문 동생에게 죄를 빌어 주시
오. 나는 추혼십이검법을 내 마음 대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었소.」
혜진자는 이 말을 듣고는 마음이 언짢았으나 조용히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둘째 사형께서도 별로 화내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일양자는 등 넝쿨을 쥐고 물가로 내려가자. 등인대사가 천천히 등 넝쿨
을 잡아 당겼다.
그리하여 잠깐 사이에 일양자는 그 깜깜한 동굴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혜진자 등은 정신을 바짝 모으고 동굴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등인대사
의 손에서 넝쿨이 십장, 백장 천천히 풀려졌다. 그러하여 약 이백 장정도
내려갔을 때 그 깜깜한 곳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고 더 풀리지 않았다. 아
마 일양자가 밑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일행은 긴장했다.
그들이 초조히 일양자가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
간이 지나도 일양자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었다. 달은 지고 동쪽산위에서
해가 떠 올라왔다.
양몽환은 사부님의 안위에 걱정이 되어 참지 못하고 혜진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사숙님! 제가 사부님에게 한 번 내려가 보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혜진자는 양몽환의 초조한 태도를 보고 머리를 끄덕였다.
「조심하거라! 만일 사부님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그 안에서 시간을 허
비하지 마라.」
양몽환이 대답을 하고 물 가까이 걸어가니 하림이 쫒아 와서 물었다.
「오빠! 아래로 내려가시겠어요? 저도 같이 갈까요?」
「내가 내려가 보고 곧 올라올 터이니 넌 여기서 기다려라!」
「그럼 기다리고 있겠어요.」
양몽환은 담담히 웃고는 등 넝쿨을 잡고 천천히 아래로 내러갔다. 십장
쯤 내려가자 날씨가 몹시 차가워 내공의 힘을 발휘하여 추위를 막았다.
굴 안은 마치 솥밑과 같이 생겨 내려 갈수록 점점 좁아져 갔고 이백 장
되는 곳에는 두 장쯤 되는 둥근 바위가 있는데 흘러내리는 물은 그 바위
에 부딪쳐 콩만 한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퍼지고 있었다. 이때 양몽환
의 옷은 촉촉이 젖었다.
대략 이백 오십 장 쯤 되는 곳에 밑이 보였다. 길이는 일장쯤 되고 넓
이는 약 팔 척쯤으로 물은 모두 이곳을 지나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
다.
그리고 동쪽에 있는 반짝 반짝하는 바위에는 사람이 지날만한 석문(石
門)이 반쯤 열려있었고 꼬불꼬불한 좁은 길이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만
하나 매우 캄캄하였다. 그러나 좀 더 들어가자 좁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