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이었고 혜진자의 얼굴을 볼 때마다 일양자의 가슴은 칼로 에이는 듯 했
다. 일양자는 옥로환 다섯 알을 먹였다. 과연 효과가 빨랐다. 혜진자의 찌
푸렸던 미간에 땀이 멎으며 일양자를 보고 가벼운 미소를 짓는다.
일양자는 혜진자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조금만 더 참으시오 어떻게라도 오늘 저녁에는 산을 나가도록해서 빨
리 치료를 받아야만 하겠소.」
「너무 걱정 마세요」
혜진자의 말을 받아 구원이
「당신 사매의 내공이 웅후하다 해도 내공으로 독을 배출할 생각은 마시
오.」
하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자 혜진자는 구원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그런 독사를 가진 줄 알았다면 나는 먼저 당신의 두 팔을 잘랐
을 걸……」
「그러나 만일 당신이 싸울 때 저에게 베풀어준 자비심이 없었더라면 옥
로해독단을 당신에게 선사하지도 않았을 거요」
「그것은 우리의 귀원비급을 뺏어 가려는 속셈 때문이었죠?」
「흥! 당신네들이 귀원비급을 속여 나에게 주었다 해도 불과 짐승의 그
림책이 아니오. 내가 당신의 병을 치료 않는다면 당신이 나를 어쩌겠
소.」
구원은 몸을 돌리는 것이었다. 일양자가 선뜩 나서며 구원의 앞을 막고
말했다.
「귀원비급이 가짜라는 것은 저도 사전에 몰랐소. 당신을 속일 생각은
절대 없었소.」
이때 등인대사는 화가 치밀어 옴을 느끼며 선장으로 앞을 막고 구원에
게 말했다.
「사나이 대장부가 한 말인데 치료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남자대장부요?
구시주께서 승낙을 위배하고 의리를 저버리는 것은 도승도 참을 수 없
소.」
구원은 하하하고 대소하더니
「그러시다면 나도 사양하지 않겠소. 자! 덤비시오. 얼마든지!」
가슴을 펴 보이며 거만한 자세로 등인대사를 노리는 것이었다. 그때 일
양자도 비위가 뒤집히고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었지만 분노를 진정시키며
웃으며 말했다.
「구형은 명성이 쟁쟁한 사람인데 어찌 약속을 이행치 않겠다. 하시오?
만일 우리 사매를 고쳐 주시면 십년 안에는 복수하지 않겠소!」
「복수는 두렵지 않소. 당신 노승이 너무 거만하여 저의 충고를 잘 안
들으니 그냥 독이 오장에 스며들어 죽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그럼 그로 하여금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요?」
「뭐 곤란한 것 없소. 다만 내 말만 들으면 그만이오.」
「그야 간단하죠.」
대답하는 그의 말은 간단했으나 마음은 무거웠다. 일양자는 혜진자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구원이 치료해 줄 것을 승낙 했으니 잠자코 그의 말을 들으시오.」
「치료를 받고 회복한다 해도 폐인(廢人)이 될 것인데 치료는 받아 무엇
하겠어요」
「그러나 십년 동안에 명약을 찾아 공력을 회복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
르는 일이오.」
혜진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하루 저녁을 지나 날이
밝을 무렵, 산봉우리에 오른 일양자는 앞을 보니 약 칠팔십 리 앞에 작은
마을이 보였다. 그는 그 길로 봉우리를 내려와 사매에게 말했다.
「왼 쪽으로 약 칠팔십 리 되는 곳에 마을이 있소. 길을 재촉하여 빨리
도착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곳에서 독을 치료하면 좋을 것 같소.」
구원은 눈을 감고 기력을 운행하고 있는 혜진자를 힐끗 보면서
「그다지 바쁘게 서두를 것 없소. 아무래도 이 삼일 동안은 상처가가 중
하지는 않을 것이오.」
일양자는 할 수 없이 그의 말에 주저앉으며 길게 탄식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