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였다. 양몽환이 무어라고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인
기척이 나며 조용한 음성으로 들려 왔다.
「과연 아름답도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저의 사랑을 받는 양형은 얼마나
행복하겠소!」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황급히 돌아섰다. 그곳에는 어느 사이에 나타났
는지 주백의의 얼굴이 미소를 띠운 채 서 있었다.
양몽환은 얼굴을 붉히며
「아! 언제 오셨소? 제가 먼저 온줄 알았는데……」
「그러시오? 너무 다정하게 이야기 하느라고 몰랐겠죠.」
하며 생글 생글 웃었다. 그러나 그의 웃는 얼굴과는 달리 눈에서는 차가
운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양몽환은 무안함을 느끼면서도 한편 주백의의 악의 없는 놀림에 당황하
면서
「정말 미안하오.」
하며 뒷머리를 긁었다.
그러자 주백의는 통쾌하게 웃으며
「하…… 하…… 농담이었소. 자, 그럼 가십시다. 제가 미리 배 한척을
준비해 놓았소이다. 달구경이나 하며 이야기 하십시다.」
하고는 성큼 부둣가로 나갔다.
과연, 주백의의 말대로 작고 아담한 한 척의 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리고 그 배에는 회색 도포를 입은 사람이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남에게 얼굴을 보이기를 두려워하는 듯 했다.
배 앞에 다다른 주백의는 양몽환과 하림이 배에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맨 나중에 올랐다.
배 안,
깨끗하게 정리 된 방 안에는 두텁고도 푹신푹신한 양털 담요가 깔려 있
고 그 가운데의 둥근 탁자 위에는 술과 진수성찬이 가득히 준비 되어 있
었다.
양몽환은 준비해 놓은 음식을 보자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주백의를 대접하려고 먼저 말을 했었는데 정 반대로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주백의는 양몽환과 하림을 귀중한 손님으로 극진히 대하기에 여
념이 없었다.
둥근 상을 가운데로 하고 셋이 좌정하자 주백의는 등을 돌리고 앉아 있
는 회색 도포의 사람에게 나직이 말했다.
「먼저 가시오, 우리끼리 뱃노래나 좀 하고 가겠소.」
하는 주백의의 말에 회색 도포를 입은 사람은 소리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끝내 도포를 입은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한 양몽환은 서운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백의에게 물어 볼 것도 못되었다.
배는 노를 젓지 않아도 잔잔한 호수 위에 소리 없이 떠서는 둥실 둥실
바람에 밀려갔다.
주백의는 양몽환과 하림의 잔에 각각 가득히 술을 따르고 자기의 잔에
도 따르었다.
그러는 주백의의 예쁘고도 하얀 손과 술을 따르는 모습에 마치 방안에
가득한 주란(珠蘭)꽃 냄새도 더욱 분위기를 황홀하게 하였다. 술은 독하고
도 향기로워 두 잔째는 정신이 몽롱하게 취해왔다. 얼굴이 빨개진 하림은
더 이상 마시지 못하겠다고 손을 내 저었다. 그러나 주백의는
「술은 삼배(三배)를 마셔야 합니다. 한잔만 더!」
하며 하림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사실 취하기는 양몽환도 마찬가지였으
나 거절하지 못하고 석 잔을 받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주백의는 즐거운 듯 연방 술을 자작으로 따라 마시며 양몽환의 잔에다
또 따르었다.
「인생은 짧은 것, 오늘을 유쾌하게 헛됨이 없이!」
하면서 잔을 높이 드는 것이었다.
술은 넉 잔째를 지나 다섯 잔째로 옮겨지고 차차 취기는 점점 더 했다.
그러자 하림은 술기운에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양몽환에게 기대면서
「오빠! 머리가 빙빙 돌아요.」
하고는 눈을 감았다.
양몽환은 자기에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