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집엔 아무 일 없지? 쓰촨에 큰 지진이 난 거 알고 있지?”
“지진이라니!”
어느 날 오후, 친구한테서 이 소식을 막 들었을 때는 그것이 장난인 줄만 알았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티비뉴스를 본 뒤,나는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져 바닥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리히터규모 7.8도의 초강진이 내 고향을 강타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건물들이 산산이 무너져 수없는 사람들이 건물더미에 매묻되고 숨졌다는 화면들이 모든 텔레비전 채널을 장식했다. 게다가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족을 잃은 사람의 울부짖는 장면들이 세상을 온통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엄마!”
“어떻하지,우리 엄마.”
라고 혼자 울먹이며 주저 앉은 채로 떨리는 두 손을 진정해 엄마의 핸드폰 번호를 계속해 누르고 있었다. “두—두—두—두”하는 전화불통을 알리는 소리 뿐이었다.
“제발 전화 빨리 받아요…..제발,엄마!”
“운명이 이미 나로부터 아빠를 빼앗아 갔는데 오늘엔 엄마까지도……”
고일 떄 수학 강의 끝나고서 받은 그 전화는 난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오늘 난 아빠하고….. 니 아빠하고 이혼했다.사랑하는 아들아.”
나중에 엄마를 통해서 아빠가 우리 가족 모르게 다른 여인이 생겼다는 사실은 들을 수 있었다. 며칠 후집에 돌아갔을 때 가구 하나 없이 텅 빈 집에 엄마만 남아 있었다.
“아들은 내가 키운다.”
이모의 말에 의하면 그것이 이혼 재산 분할 때 엄마의 단 하나 조건이었다고 한다. 그날 아빠가 아빠만 위해 새로운 사랑을 택했다고 엄마가 멈마를 위해 택한 것은 다름 아니 바로 나였던 것이다.
지옥같은 시간이 지속되었다. 지진으로 인해 통신이 중단된 생태가 한 시간 한 시간 지속되었다. 평소 대학교 생활을 밟으면서 하루가 너무나 빨리 지났는데 시계의 바늘은 왜 거북이처럼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는지 모르겠다. 그 동안 내가 몇 백번의 전화를 했는지 나 또한 모른다. 새벽 두 시에 내 휴대폰에 엄마의 번호가 찍힌 채 벨소리가 울렸다.
“아들아, 나다.”
엄마의 소리를 듣자 목이 메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엄마, 엄마, 엄마!”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그것이 그렇게 소중하고 따뜻한 행복인 줄 이전에는 정말 몰랐었다. 아빠와 엄마의 이혼으로 인해 나는 정말 불행하는 사람이고 아빠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안 좋은 느낌이 갖고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왔던 것이다. 나를 향한 엄마의 사랑을 아무런 느낌없이 받으며 바보같이 그런 행복한 하루들을 불행이라고 생각해 온지 오해된 것 같다. 지진이 아니던라면 이 특별한 “어느 하루”가 아니더라면 아마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해 원망스럽게 살았을 것이다. 이 잔혹한 “어느 하루”는 엄마와 나의 사랑에 행복의 느낌표를 붙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