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희(42) 씨가 첫 소설집 바빌론 특급우편(열림원)을 냈다. 방 씨는 계간 문학판 제1회 장편 공모 당선자로 이름을 알린 소설가다. 책에 묶인 10편의 단편은 일반 독자들이 대하기 편치 않다. 동성애, 근친상간, 편집증 등 병적인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사회적 금기를 다룬 소설은 적지 않지만, 이런 소재를 집중적으로 다룬 작품집은 드물다.
소설집의 많은 내용은 작가가 전북대 간호학과에 다니면서 정신병동에서 실습할 때 얻은 경험과 맞닿아 있다. 내게 비정상인은 정상인이 되고 정상인은 비정상인이 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표제작 바빌론 특급우편은 편집증, 그것도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집요한 사랑을 다뤘다. 13년 동안 아들의 등에 업혀 인근 야산을 산책한 어머니는, 죽어서도 아들의 등짝에 달라붙어 있는 듯하다. 거죽까지 석회질이지 싶은 발가락이 차갑게 얼어 있지만, 어머니의 손은 칡넝쿨이라도 되어 팔을 타고 경동맥까지 기어오르는 것 같다. 이런 섬뜩한 표현을 통해 방 씨가 보여주는 것은 사랑의 이면이다. 작가는 많은 소설에서 그토록 아름답게 표현된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 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작품집에서 작가가 몰두하는 비정상적 정상인은 동성애자다. 남성 디자이너와 남성 모델 간의 사랑과 질투를 다룬 연애의 재발견 등 단편 4편이 동성애를 다뤘다. 작가는 사회학적 해석이나 무조건적 설득을 내세우려 하지 않고 평범한 사랑처럼 담담하게 묘사한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이 다르지 않은 세상에서 동성애든 이성애든 사랑은 결국 다 같은 모습이 아니냐고, 작가는 소설을 통해 반문한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기이한 세상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