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봉은 최근 KBS2 월화드라마 '굿 닥터'(극본 박재범, 연출 기민수)를 마치고 tvN 월화드라마 '빠스껫 볼'(극본 김지영 장희진, 연출 곽정환)에 출연 중이다. 처음에는 악역 같이 밉상이었던 고충만 과장에 인간미와 활력을 불어넣어준 조희봉에 시청자들은 매회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빠스껫 볼' 에서는 1인 17역을 맡아 극에 맛을 더하고 있다. 누가 1인 17역을 상상이나 해봤을까. 바로 조희봉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드라마, 영화 장르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는 배우로 유명하지만 필모그래피를 자세히 살펴보면 KBS 작품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조희봉은 이에 대해 "'드라마스페셜'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하던 사람이 TV에 가는 걸 일반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영화와 TV는 제작 현장의 여건도 다르고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것도 차이가 있다. 진입 장벽이 두껍고 높다. 그나마 TV 연기를 접할 수 있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단막극을 통해서다. 시청률은 낮을지 몰라도 PD들은 보는 드라마가 단막극이다. 나도 그렇게 시작을 하다 보니 계속해서 KBS 드라마에 출연을 하게 되더라."
그렇기 때문에 조희봉은 바쁜 중에도 1년에 한번씩은 '드라마스페셜'에 출연할 정도로 애정이 남다르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고 그나마 있던 예산도 줄어들어 촬영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만큼 유대감이 끈끈하기 때문이다. 그는 "7일 정도 찍는데, 그 안에서 같이 뒹굴고 생활하다 보니 정이 많이 쌓인다. 물론 3% 정도의 시청률이지만 결과물을 보고 있자면 참 뿌듯하다. 그래서 1년에 한 번씩은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라도 기회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까다로운 것은 아니지만 조희봉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다. 특히 "나를 어떻게 생각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조희봉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단단했다. 그는 "누가 진심을 가지고 대했느냐가 결론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를 원한다고 했을 때 대본을 읽어보고 뭔가 전해져 오는 것이 있으면 하는데, 상투적인 것이 느껴졌다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마음이기 때문에 조희봉의 연기 또한 이렇게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