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는 찬 음식
정해년 황금돼지해에 돼지가 상한가다. 돼지는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음식이어서 유난히 친근감이 있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유독 돼지고기를 즐긴다. 돼지고기는 색깔이 엷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지방질의 맛이 좋아 오랫동안 서민들의 영양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한국인이 한 해 섭취하는 육류의 절반 이상이 돼지고기다.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고기 영양학에 대해 알아보자.
단백질-비타민 풍부 혈관질환 염려 적어
돼지고기는 단백질이 20.9%로 다른 고기보다 많은 편이며 비타민B도 0.95%로 많다. 주로 안심이나 등심에 단백질이 많고 삼겹살에는 지방이 많이 함유돼 있다.(표 참고) 등심이나 뒷다리 살을 씹을 때 퍽퍽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방이 삼겹살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으려면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먹어야 좋다고 하는데 이는 영양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 을지대 식품영양학부 이정윤 교수는 돼지고기는 혈관질환을 잘 일으키는 포화지방산이 쇠고기에 비해 적고 필수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이 풍부하다면서 리놀레산은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물질인 나쁜 콜레스테롤의 활동을 막아 준다고 말했다.
돼지족발엔 젖을 잘 나오게 하는 비타민B와 단백질이 풍부해 산모들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은 돼지기름이 피부를 부드럽게 해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돼지고기가 몸 안의 먼지나 중금속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고 심지어 진폐증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소화기능 약한 사람은 탕이나 찌개로
한의학적으로 돼지고기는 찬 성질을 갖고 있는 음식이다. 따라서 열이 많은 체질에게는 좋지만 손발이 차거나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사상체질과장 이의주 교수는 돼지고기를 먹고 싶은데 소화에 자신이 없다면 굽거나 튀기기보다 탕이나 찌개로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약을 먹을 때 돼지고기를 피하라는 이유는 찬 성질의 돼지고기가 한약의 효능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한약을 복용할 때는 돼지고기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
두드러기가 잘 생기는 사람도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술과 함께 먹으면 더 좋지 않다. 돼지고기는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히스타민 함유량이 다른 육류에 비해 높기 때문에 술과 같이 먹게 되면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기생충 상주 반드시 굽거나 삶아 먹어야
돼지고기엔 갈고리촌충 등 기생충이 살기 때문에 반드시 굽고 삶아 먹어야 한다. 구울 때도 요령이 있다. 일단 석쇠를 충분히 달군 뒤 한쪽 면이 갈색을 띨 정도로 익힌 뒤 뒤집어야 속까지 완전히 익는다. 고기를 자주 뒤집으면 겉만 타게 돼 고기 맛도 떨어지고 기생충 예방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혈관질환이 있으면 지방 함량이 낮은 등심과 안심을 먹어야 하며 조리법도 굽기보다는 푹 삶아서 지방을 빼는 게 좋다. 표고버섯과 함께 조리하면 표고버섯의 풍부한 식이섬유가 돼지고기의 콜레스테롤이 몸 안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돼지고기엔 성질이 따뜻한 음식(인삼, 꿀, 로열젤 리, 막걸리, 장어, 조기 등)은 어울리지 않는다. 돼지고기의 찬 성분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우젓, 콩비지, 메밀 등은 돼지고기 지방의 소화를 돕기 때문에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될 뿐만 아니라 혈관 보호 기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