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이비리그(Ivy League)와 한국의 스카이(SKY)가 있다면 중국에는 청화대와 북경대가 있다. 중국 최고의 교육 시스템과 학업위주의 환경, 최고의 교수진 등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청화대와 북경대는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으로 많은 학생들의 꿈의 대학이자 목표이다. 100년이 훌쩍 넘어 이제는 중국의 수묵화 같은 깊고 수려한 매력을 한껏 뿜어내는 그들만의 특별함은 과연 무엇일까?
청화대와 청화인
수줍은 소녀의 뺨 같은 연 보랏빛 자형화(紫荆花)의 아름다운 자태 속에서, 캠퍼스 안을 동서남북으로 활보하는 자전거 부대들. 그들을 청화인(清华人) 이라고 부른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지만 또 그 반면에 특유의 선명함을 지니고 있는 자형화가 청화대의 교화인 것은 어쩌면 청화인의 모습과 많이 닮아서가 아닐까 싶다. 아직은 서투른 20대 청춘들이 세상으로 나아가는 준비과정에 많은 힘이 되어주는 청화대는 그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학교이다. 북경대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일류대학으로 성장한 청화대학교 만의 특별함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중국속의 청화
‘만청정부(满清政府-청화대 출신이 가득찬 정부)’ 는 이제 중국 정계에서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이말인 즉, 중국 정부 내에 청화대를 졸업한 인재들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현 중국 국가 주석인 후진타오 주석이 청화대 출신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차지 주석으로 꼽히는 시진핑 국가 부주석도 청화대 법학과 출신이다. 1980년대 말 이후부터 청화대에서 배출한 인재들이 중국의 각 방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며 개혁개방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1911년 개교 후 배출한 차관급 이상 공직자만 300명이며, 중국 국가 주석 후진타오를 비롯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4명이 청화대 출신으로 일명 ‘청화방(清华帮)’ 으로 통한다. 그 중에서도 이공계분야의 많은 인재들이 권력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어 ‘기술자가 나라를 다스린다(工程师治国)’는 말도 생겨났다.
또 주목할만한 것으로는 청화대 정문 앞에 있는 “CERNET”이라는 중국 교육과학 연구소인데 (China Education and Research Network 의 약자) 이는 청화대학교 등 고등교육기관의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결한 대규모 ISP (Internet Service Provider-전국학술)이다. 1996년 국무원이 인정한 중국 4대 공익 인터넷망으로 중국정부의 투자 하에 교육부가 관리하는 국가 기본핵심 정보인프라로 이를 청화대에서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개발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청화대의 시스템
청화대는 중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서 외국의 어느 일류 대학 못지않게 많은 연구자금을 지원하는 국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대학의 국제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도 많은 외국교수들과 교환학생의 방문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교환학생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학과에서 학점과 학위공유를 지원하고 있다. 교수직은 거의 종신교수제의 개념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3년, 5년 등의 계약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박사 지도교수와 같은 중국고유의 독특한 교수직위 체계의 특징은 수업에 관한 한 교수의 권한이 절대적이지만 강의 및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매 학기 평가가 매년 교수평가에 큰 영향을 주는 시스템으로 다분히 현대적인 평가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청화대 공대 박사과정 학생 대다수의 경우 수업료 면제, 거의 무료에 가까운 기숙사, 저렴한 학생식당 등 국가와 대학 그리고 교수가 후원하는 세가지 장학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노력에 근거한 여러 가지 특혜로 풍요로운(?) 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청화대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청화 속의 생활
청화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 등 다른 여러 나라와 조금 다른 특징을 발견 할 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병원, 우체국, 은행, 마트 등 모든 게 다 갖춰진 캠퍼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업을 비롯해 여가시간까지도 학교 캠퍼스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입학과 동시에 마치 고등학교의 연장선에 선 것처럼 학업에 열을 올리고, 서로의 성적과 순위에 대해서도 불꽃튀기는 경쟁을 하는 청화대 학부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활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또한 대부분의 강의가 하나 두개의 강의동에서 이루어 지기 때문에 강의 시간이 엄격하게 지켜지며 밤 10시까지도 많은 강의실에서 수업이 이뤄진다.#p#分页标题#e#
하지만 반면에 도서관도 10시가 되면 폐관을 알리는 노래소리로 학생들을 귀가시키는 점은 24시간 도서관을 개방하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대학과는 다른 중국대학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4. 청화만의 용어
청화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청화인 사이에서만 통하는 일상단어들이 있다. 몇 가지 소개해보도록 하자.
(1) 字班(즈빤): 학번을 이르는 말로 보통 입학한 년도의 끝자리 숫자를 넣어 말한다. 예를 들면1999년과 2009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모두 ‘九字班(지우즈빤)’이다.
(2) 腐败(푸빠이): 교외 식당에서 비교적 비싼 식사모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본래의 뜻이‘부패하다’인 것과 별개로 교내 조직이나 동아리에서 쓰고 남은 회비를 이용해 식사를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같은 반 학생들끼리 모여서 腐败 하는 것을 ‘班搓(빤춰)’ 라고도 한다.)
(3) 祼考(궈카오): 복습을 전혀 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는 것을 의미한다.
(4) 刷夜(솨이예): 밤을 새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청화대 학생들에게 刷夜는 밤을 새면서 공부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5) 去清青(취칭칭): 청화대 안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일명 ‘청화의 맥도날드’ 에서 밥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학교식당에 비해 늦게 문을 닫는 점과 강의동이랑 가까운 위치 라는 특징으로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이다.
(6) 马杯(마뻬이): 청화대의 운동회를 지칭한다. 청화인에게는 월드컵만큼 중요한 것이 ‘马杯’이다.
(7) 男生节,女生节(난셩졔,뉘셩졔): 각각 ‘남성의 날’ 과 ‘여성의 날’ 을 뜻하는데 남성의 날은 매년 11월12일, 여성의 날은 3월 7일이다. 남성의 날의 경우 당일 남학생들에게 세탁비를 50%할인해 주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며, 학교측에서는 남학생들을 위한 ‘칵테일살롱’ ‘남성에티켓강좌’등의 다양한 활동들을 개최한다. 여성의 날에도 여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과 함께 여성에게 초콜렛 이나 사탕 등을 선물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