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 타고 강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급류에 휘말린 조각배에 나란히 앉은 양몽환과 하림은 서로 다른 생각
에 잠겨 있었다. 양몽환은 물위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물거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동안 하림은 양몽환이 옆에 있다는 기
쁨과 함께 등인대사와의 이별을 서글퍼하고 있었다.
배가 물결 따라 전가계(?家溪)를 지나자 복숭아꽃이 만발한 현도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림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양몽환을 쳐다보았다.
「곤륜산에 가 본 일이 있으신가요?」
양몽환은 고개를 저으며,
「십이 년 동안 사부님께서 나를 데리고 집에 다녀온 것 이외는 현도관
을 떠난 일이 없소.」
「저도 제가 어릴 때 사부님과 함께 차양사(遮陽寺)에 가 보고는 십여
년 동안 현도관 이외에는 가본 곳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이때까지 부모
님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어요. 사부님이나 누구도 가르쳐주지도 않으시지
만……」
하림은 고개를 들어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자기의 신세를
한탄했다.
(나는 왜 부모님이 안계실까? 이 세상 어디에라도 계시기만 하다면 찾
아 올 수도 있겠지, 그리고 왜 등인대사님이나 스승님은 아무 말씀도 하
지 않을까,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지도……)
이렇게 생각하는 하림의 가슴 속에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떠난
대사님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배는 강물이 빨라질수록 질풍같이 달렸다. 거센 강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하림의 살 냄새가 양몽환의 코를 찔렀다.
그러나 양몽환은 하림의 상심한 얼굴을 보며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이리 저리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림은 양몽환의 이런 사정을 알길 없어
「양사형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하는 말에 양몽환은 조금 당황했으나 곧 침착해지며
「아니, 아무것도.」
「그럼 어째 언짢은 얼굴을 하고 계세요?」
그제야 양몽환은 미소를 지으며
「심소저께서 상심한 듯 하여 무슨 위안이라도 하려던 중이오.」
하림은 생끗 웃으며 소매 끝으로 눈물을 닦고
「감사해요. 제가 공연한 말을 해서……」
하자 양몽환도 마주 보고 웃었다.
해가 서산에 떨어질 무렵에 배는 양몽환과 하림을 태운 채 동정호(洞庭
湖)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고 있었다. 잔잔한 호수 멀리호숫가에 연하
여 있는 어촌(漁村)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 흩어지
고 어부들의 즐거운 노래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점차 어촌이 가까워지자 멀리서 보던 경치는 더욱 아름다웠고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도 뚜렷하게 보였다. 하림은 힘껏 노를 저었다.
하림은 어선이 즐비하게 늘어 선 사이를 용케 뚫으며 노를 저어 나갔
다. 그때마다 흰 거품을 내며 갈라지는 물 그리고 어여쁜 얼굴에 홍조를
띠우며 능숙하게 젓는 하림의 노 젓는 모습은 어부들의 눈을 둥글게 하였
다.
바로 그 찰나였다. 돌인, 정체불명의 쾌속정 두 척이 좌우에서 쏜살같
이 달려와 양몽환과 하림이 타고 있는 배를 정면으로 받아넘기는 것이 아
닌가.
「앗!」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달려드는 쾌속정을 재빨리 발견한 양몽환은 오
른손 다섯 손가락을 쫙 폈다.
장풍을 내는 것과 거의 같은 시각에 일촉즉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