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양몽환이 처음 발견한 쌍돛의 거대한 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던 배는 양몽환의 배와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서
면서 환하게 불을 켰다.
대낮처럼 환하게 밝은 선상(船上)에는 단검을 허리에 꽃은 네 명의 날
렵한 무사가 서있고 그 가운데 범 가죽을 깐 의자가 놓였다.
그리고 얼마 후,
선실의 문이 열리며 오십 세쯤 되어 보이는 풍채 좋은 노인이 나와 의
자에 앉는 것이었다.
노인은 흰 수염을 바람에 날리며 양몽환을 향하여 정중한 목소리로 말
하는 것이었다.
「미안하오. 바삐 가는 길을 막아 소란을 피워 심려를 끼치게 됨을 용서
하시오. 이쪽으로 건너 오셔서 이야기나 하심이 어떠하오. 무례함을 재삼
용서를 비오.」
양몽환은 어리둥절할 뿐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귀신에게 홀린 것이나 아
닌가.
(도대체 저 분은 누구일까, 어째서 이름도 없는 나에게 공손한 말씨로
더구나 용서를 비는 것일까, 저희들의 두령님이라고 하는 저 노인은 과연
어느 파일까?)
양몽환은 자못 의심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었다. 옆에 서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상대방을 노려보는 하림에게
「심소저! 어떻게 되든 피할 수는 없소, 같이 가도록 합시다.」
그때 하림도 이미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 거렸다.
이리하여 양몽환과 심소저(沈少組) 하림은 마음속으로 굳은 결심을 한
후 큰 배를 향하여 몸을 날렸다.
양몽환과 하림이 날아오는 것을 본 선상의 노인은 자기를 호위하고 있
는 장정에게
「너희들은 저기 귀한 손님의 배를 잘 보살펴라, 추호라도 파손됨이 없
이 잘 지키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으리라.」
명령이 떨어지자 호위하던 네 명은 일제히 가슴에 왼손을 대며 허리를
굽혀 절하고 물러 나갔다.
그다음 노인은 양몽환과 하림을 향하여
「무례한 짓을 깊이 통찰하시고 이해하시기를 바라오, 원래 부하들이 무
지해서 그렇소.」
하고는 곧 이어
「밤바람이 차가우니 안으로 드셔서 한기를 푸시도록 하시는 것이 어떨
까 하오.」
양몽환은 갈수록 알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
쳐 버릴 수 없었지만 옆에 하림이 있어서 조금 의지가 됨을 느끼며 노인
앞으로 한걸음 나갔다. 그리고 공손히 절하며
「후배는 아직 명성도 없는 제자인데 어찌 이처럼 대접이 막중하오니까?
다만 부끄럽기 이를 데 없소이다. 허락하신다면 노선배님의 귀성 존함이
라도 듣고자 할 뿐이로소이다.」
노인은 횐 수염을 쓸며
「하, 하…… 하」
호탕한 웃음을 웃고
「어려울 것이 없소이다. 이 노부는 지금으로부터 이십여 년 전 귀형의
스승 되시는 분에게서 도움을 받아 생명을 건진 일이 있소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우리 안에 들어가 천천히 이야기 하도록 합시다.」
하고는 성큼 성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양몽환과 하림은 똑같이
(하여간 심상치 않은 일이다.)
하고 생각하며 노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양몽환과 하림이 노인을 따라 들어가자 문 앞에 서 있던 장정이 공손히
절한 후 물러갔다.
방안에는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이미 마련된 팔선탁(八仙卓) 에는 진수
성찬이 가득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 푸른 옷을 입은 두 명의 동자(童子)가 시중할 준비를 하고 있
었다.
노인은 양몽환과 하림에게 자리를 권하여 앉은 후 하림을 바라보며
「소저도 역시 곤륜파의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