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은 역시 그 장진도 때문이었던가, 지금 노인의 말과 같이 스승님이 장
진도를 가지고 계시다면 그것은 죽은 채방웅의 몸에서 나온 손수건과 어
떤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현도관에서 급히 떠나보냈고 스승
님은 장진도의 그림대로 보물을 찾아 떠났다……)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지나갔다.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 연거푸 두 잔의
술을 따라 마신 노인은
「만약 차후에 귀형과 내가 또 만난다면 적이 될 것 같소 ,몸을 소중히
간직 하시오.」
하는 것이었다.
그 뜻을 양몽환은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편, 하림은 하림대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잠잠히 앉아서 양몽환
의 얼굴만 주시하고 있었다.
양몽환은 자리를 고쳐 앉으며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무술을 공부하는 몸,
비록 저의 사부님께서 장진도를 가지고 계신다 해도 저는 본 일이 없어서
무슨 말씀이라도 할 수 없음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말을 끊고 노인과 하림을 번갈아 본 다음 다시
「지금 각 파의 고수들이 저희 사부님을 노리고 있다는 말씀 잘 들었습
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 고수들의 일이므로 역시 드릴 말씀이 없습니
다. 다만 저는 언제든지 먼저 해하지 않음을 사부님에게 배운 몸, 조심하
겠습니다. 그러나 칼산이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의지가 있사오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럼 노선배님! 오늘말씀 감사히 들었습니다. 그만 물러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하림과 함께 절하고 물러섰다.
그러자 노인은 황망히 선상(船上)까지 배웅해 주면서
「일양자의 제자를 만나 나의 마음은 기뻤소. 좀 더 이야기나 하면서 악
양까지 모셔드리고자 했는데 섭섭하오. 마지막 부탁이니 악양까지 만이라
도 모시고 가게 해 주시면 좋겠소이다.」
하며 붙잡는 것이었다.
애원하듯 붙잡는 노인을 거절하고 돌아설 수 없어 망설이던 양몽환은
다시 돌아섰다.
「오늘 노선배님의 지극하신 사랑과 성대한 초대에 감사를 드립니다. 노
(老)선배님의 마음이 그러하시다면 악양까지 즐겁게 가겠습니다. 다만 폐
가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천만에 말씀이오, 불편하시다 하더라도 이 노인의 청을 거절하지 마시
오.」
양몽환은 그만 다시 자리에 앉아 노인과 함께 긴 밤을 새우며 악양까지
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노선배님께서 저희 사부님의 은혜를 갚고자 저희에게 베푸는 은총을
헛되지 않게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러나 설사 저희 사부님께서 장진도
를 가지고 계시다 하더라도 서로 파가 다른 이상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노선배님은 노선배님대로 소신껏 일하시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쎄! 그렇긴 하지만 은인을 향하여 칼을 뽑을 수 없으니 걱정이 되
오.」
「그러나 저는 아직 저희 사부님께서 장진도를 가지고 계시다는 확신은
없습니다. 그러하오니 사방으로 수소문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과연 귀형의 의견이 옳으오. 나도 그렇게 하려하오. 그러나 그 장진도
가 누구의 손에 있던 우리파의 규율도 엄하여 손보고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귀형은 참작하기 바라오.」
양몽환은 입을 다물고 지금 노인아 한 말을 음미하고 있었다. 과연 무
서운 일이다. 장진도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불사한다는 의지,
은혜도 저버려야 되는 무술계의 보물이 참으로 몇 사람의 목숨을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