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다.
들어 갈수록 경치는 더욱 아름다워졌고 양쪽의 좁은 벽은 비취색으로
반짝이며 유리와 같이 빛났다.
이런 경치를 보는 양몽환은 감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이 넓다 하나 이런 깊은 동굴에 이런 세상이 있을 줄이야. 보지
않고는 누구든 믿지 못할 것이다.)
이때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 왔다.
양몽환은 일양자의 목소리인 것을 알고는 급히 두 모퉁이를 돌아갔다.
그곳에는 좁은 벽이 끝나면서 경치가 확 터지며 넓은 꽃밭에 각종의 꽃나
무가 심어져 있었다. 일양자는 꽃나무 사이에 앉아 무엇을 생각하는지 양
몽환이 가까이 다가가도 알지 못했다. 양몽환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꽃나
무 숲으로 뛰어 들려다가 주춤 물러섰다. 그러는 그의 머리 속에는 번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일양자는 이 꽃나무에 매여 나오지 못 하는 것 같다. 그는 무학이 뛰
어나고 팔괘의 역리(易理)에 정통해 있다. 그런데 이 꽃나무들이 팔괘의
배열 방직으로 심어져 있다면 일양자를 곤란하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
다.)
양몽환이 이상히 생각되어 뛰어 들지 않고 자세히 꽃나무의 배열식을
살폈다. 그러나 질서 없이 심어져 있는 것이 팔괘의 방식 같지는 않았다.
양몽환은 천성이 뛰어난 사람으로 십 이년간이나 일양자를 따르면서 그
의 절학의 무술과 학문, 팔괘역리의 오행기문(五行奇門)의 술(術)을 배웠
지만 얼핏 알아 내지 못했다.
끝내 꽃나무 숲의 기이한 점을 알아 내지 못하고 막 걸어 들어가려는데
일양자가 일어나 좌측으로 돌았다.
이때 일양자는 오행기문의 걸음걸이로 왼쪽으로 일곱 걸음, 바른쪽으로
여덟 걸음을 왔다 갔다 하면서 그 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숲 속으
로 들어가려 하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가던 길을 되돌아오는 것을 본 양몽
환은
「사부님! 두 걸음만 더 들어 가십시오!」
하고 큰 소리로 외쳤으나 일양자는 아무 것도 듣지 못 했는지 고개도 돌
리지 않는다.
일양자가 먼저 있던 곳에 다시 앉아 얼굴을 들고 장탄식을 하는 것을
양몽환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 때 양몽환은 마음이 조급하여 졌다. 그는 일양자가 숲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견딜 수 없었다. 한 참 생각한 그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일양자가 있는 곳이 바로 가운데이므로 한 쪽의 나무를 찍어 내면 그
효용이 없어져 일양자가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꽃나무들을 벤다는 것
은 즘 어렵지만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서는 할 수 없었다. 그가 칼을 빼어
이십 여주나 쓰러뜨렸을 때였다. 일양자의 눈빛이 갑자기 환해지며 양몽
환이 칼을 들고 서있는 것을 보았다.
「이 나무들은 오행 기술로도 처리하기 어려웠는데 네가 좋은 방법을 생
각해냈구나」
하는 것이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나무를 베지 않고는 사부님을 구해낼 도리가 없었
습니다.」
「아 무서운 일이다. 만일 너도 생각 없이 뛰어 들었다면 큰일 날 뻔 했
구나.」
「그러면 남은 나무도 아주 다 베어 버리지요. 다음에 우리가 나올 때
다시 함정에 빠지지 않게요.」
「그럴 필요는 없다. 스물일곱 나무를 베어버렸으니 그 효용이 없어졌으
니까. 빨리 들어가 보자.」
양몽환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온 일양자는 땀을 씻었다.
그러나 양몽환은 계속해서 나무를 베어 버렸지만 일양자는 내버려두었
다. 양몽환은 그 풀밭 안에서 몇 개의 해골을 발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