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골들은 모두 사람의 해골일까요?」
「그렇겠지. 이 사람들도 귀원비급을 찾으려 이 곳에 왔다가 꽃나무 숲
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굶어 죽은 것이다.」
하고는 조금 전에 자기가 갇혀 있던 생각을 하고는 다시금 몸서릴 치며
꽃 숲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풀밭을 지나 지세가 점점 좁아지면서 길이 끝나는 절벽 석문
에 닿았다. 일양자가 내공의 힘으로 문을 밀자 안에는 한 칸 정도 되는
석실(石室 )이 있었다. 석실 좌우에는 큰 청석이 있는데 연대(蓮臺)같이
생겼다. 그리고 그 위에는 중과 도사가 각기 앉아 있었다.
굴 안에는 향내가 진동하여 코를 찔렀다. 가운데 청석 상 위에는 길이
가 일척 정도에 높이가 오 척 정도 되는 옥함(玉函)이 놓여져 있고 대(臺)
앞에 놓여 있는 향로(香爐)에는 백색의 향이 가득 들어 있어 그 곳에서
이상한 향냄새가 퍼져나는 것이었다. 일양자는 이 중과 도사가 풍문에 들
은 천기진인(天機眞人)과 삼음신니(三音神尼)의 법신(法身)이라고 짐작하
고 그 앞에 굻어 앉아 합장 하였다. 양몽환도 일양자의 정중한 태도를 보
고 따라서 합장했다. 그리고 천기진인과 삼음신니의 두 법체는 합장하고
앉아 마치 눈을 감고 참선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죽은 지 수 백 년이 되었는데 법체는 여전히 생생하였다. 이
두 선배 기인은 금강의 단단한 몸으로 단련하였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
도 알 수 없었다. 양몽환은 궁금하였으나 일양자의 태도가 너무나 숙연하
여 감히 묻지 못 했다.
일양자는 유체법신(遺體法身)에게 참배를 마치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가 상 위에 있는 옥함을 자세히 보았다. 그곳에는 다음과 같은 여덟 자
의 글이 적혀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