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 년 동안이나 무술계에서 전해오던 제일기보(奇寶)를 눈앞에 대하
자 그들의 마음은 더 없이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양자는 떨리는 손으
로 함을 열었다. 그러자 붉은 주사(珠砂)로 귀원비급이라고 쓴 네 글자가
빛났다.
일양자는 심장이 심히 고동침을 느끼고 급히 함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
는 품 안에서 노란색 수건을 끄집어내어 조심스럽게 함을 싸서 등에 젊어
지고 연화대에 앉아 있는 천기진인과 삼음신니 법체에 예배를 드린 후,
양몽환과 함께 석실을 물러 나왔다. 그들은 빨리 온 길을 통해 석굴을 나
왔다. 일양자는 고개를 치켜들고 길게 외치니 그 소리는 용이 우는 듯 산
곡을 울렸다.
혜진자와 등인대사 일행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차에 굴 속 아래에
서 일양자의 외치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자 마음을 놓았다. 그 후 약
일각이 지나자 양몽환이 먼저 올라오고 곧 뒤 따라 일양자가 올라 왔다.
혜진자는 반가움에 웃으며 일양자를 맞았다.
「왜 그렇게 시간이 걸렸지요? 등 위에 메고 있는 것이 귀원비급인가
요?」
일양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꽃나무 함정에 빠져 하마터면 못 나을 뻔 했지만 귀원비급을 찾았으니
천리 길을 고생하고 온 것도 허사는 아니었소.」
하며 감개무량 한 듯 길게 한숨을 쉬고는 곤경에 빠졌던 이야기를 했다.
혜진자는 양몽환을 보고
「젊은 사람이 마음이 세심하고 예민할뿐더러 깨닫는 것 또한 매우 빠르
니 큰 사형이 이렇게 좋은 제자를 둔 것을 축하합니다. 이런 사람들로서
곤륜파는 장차 더욱 흥할 것이오.」
양몽환은 사숙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했다. 일양자는 양몽환
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귀
원비급은 손에 넣었으나 차후 조용한 곳을 어디로 선택하여 비급의 오묘
한 함의(含意)를 연구하여야 할 것이며 또한 무술계의 유일한 보급의 무
공을 일 년 혹은 이 년으로는 도저히 돌파할 수 없으니 그 동안 소문이
퍼진다면 틀림없이 파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만일 사랑하는 제자와
곤륜파까지 미친다면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무술계를 뒤집는 커다란
사건이 되어 결국은 온갖 참혹한 싸움을 벌려 존망(存亡)을 결정할 것이
니 그것이 정말 걱정거리였다. 이와 같이 귀원비급은 비록 절세적인 보물
이지만 한편으로는 참혹한 싸움을 일으킬 화근이기도 했다.
혜진자는 일양자가 비급을 가졌어도 즐거운 기색이 없고 우울해 하는
것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귀원비급을 손에 넣었으면 즐거울 것인데 왜 그렇게 침울 하시죠?」
하고 그녀는 묵인철갑사피(墨鱗鐵甲蛇皮)를 품안에서 꺼냈다.
「이번에 서로 큰 수확이 있었어요. 큰 사형은 귀원비급을 얻었고 저는
무술계에서도 긴요한 보물을 얻었죠. 이걸 봐요.」
일양자는 태양 아래 번쩍이는 뱀의 비늘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과연 진귀한 물건이군! 이렇게 큰 묵인철갑사는 정말 드문 것인데 어
디서 이런 것을 구하셨소?」
「귀한 인연에서죠. 이렇게 큰 것을 만나도 잡을 수도 없을 것인데 정말
우연한 기회에 힘들이지 않고 구했어요. 큰 사형이 찾은 귀원비급과 이것
만 있으면 우리 곤륜파도 무술계 각 파와 한 번 겨누어볼 수가 있을 듯
하죠?」
하는 바로 그때였다.
홀연!
차가운 냉소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는 매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