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는 벌떡 일어나 사방을 돌아 봤으나 아무도 없었다. 그의 무술로서는
오장내(五丈內)에 낙엽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사람의 소리를 듣고도 사람을 발견 못했으니 마음속으로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혜진자나 등인대사도 그 비웃음소리를 들었지만
사방을 돌아보아도 사람의 그림자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때 하림의 찢어지는 듯 한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앗! 그 큰 백학이 또 날아 왔어요!」
일양자와 혜진자 그리고 등인대사는 정신을 모아 냉소한 사람을 찾는
중이라 머리 위까지 날아 온 백학을 모르고 있었다. 하림의 고함 소리에
비로소 급히 고개를 들었으나 이미 늦었다.
백학은 두 날개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일양자를 향하고 번개같이 나르면
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묵인철갑사피를 채어 가 버렸다.
혜진자는 깜짝 놀라 재빨리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 오르면서 벽공
장으로 백학을 치자 한줄기 강한 장풍이 백학에 적중했으나 백학은 몸을
두 번 흔들흔들 할 뿐,
「캬옥!」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혜진자는 귀물을
빼앗으려고 힘껏 장풍을 내쳤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분통이 터질듯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일양자는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천천히 옆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삼장 길이나 되는 묵인철갑사를 죽인 그 백학은 비범한 놈이요. 단지
사피(蛇皮)만 채가고 사람은 상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명 그 백학은 배
후에서 사람이 조종하고 있는 것이요. 당신의 벽공장 일격은 적어도 천
근(千斤)이상 되는데 거학은 끄덕도 않으니 아마 백학을 키우는 사람은
틀림없이 신선 같은 협객일 것이요. 방금 들린 냉소도 역시 백학의 주인
이니 그는 목적을 사피에 두어 사람을 상하질 않게 하나보오. 백학과 구
렁이를 싸우게 한 것도 사피를 얻고자 한 것 같으오. 이미 잃은 보물인데
한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빨리 갑시다.」
혜진자는 탄식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여섯 사람은 즉시 달리기시 작했
다.
혜진자는 묵인철갑사피를 잃은 것이 마음에 걸려 기분이 매우 개운치
못했다. 일행은 양몽환이 청의 소년을 만난 곳까지 왔을 때 일양자는 발
을 멎고 말했다.
「여기서 건량이나 먹고 쉬어 갑시다.」
여섯 사람이 않아 양몽환이 먼저 일양자와 혜진자 그리고 등인대사에게
공손히 건량을 드린 후에 비로소 하림과 동숙정에게 나누어 주었다.
하림은 건량을 먹으며 동숙정을 불렸다.
「언니! 곤륜산에도 거학이 있을까요? 있으면 한 마리 잡아 길러서 사부
님께 드릴 묵인철갑사를 찾아오도록 해야겠는데…… 봐요! 그 백학이 철
갑사피를 덮쳐 간 후 사부님께선 줄곧 낙심해 있어요.」
하며 한숨을 길게 쉬는 그 모습은 매우 애처로웠다.
일양자와 혜진자 그리고 등인대사도 그녀의 말을 듣고 일제히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이를 본 혜진
자가 일양자에게 나지막하게
「림아는 정말 순진한 애예요.」
했다.
그때 또 다시 계곡을 진동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혜진자가 벌떡
일어나 보니 추하기 이를 데 없는 네 사람이 백발노인을 에워싸고 이곳으
로 걸어오고 있었다.
삽시간에 다섯 사람은 가까이 다가 왔다. 그들 가운데 노인의 모습은
우아하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