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말이 끝나자 양몽환 등을 재촉하여 떠났다.
그러자 이창란은 수중의 용두 지팡이로 앞길을 막고 대소하며 말했다.
「당신들은 앞으로 삼십 리를 못가서 다른 사람의 제지를 받을 것이니
비록 노부가 손을 대지 않는다 해도 귀원비급은 당신이 간직할 수는 없을
거요.」
「곤륜삼자는 아직껏 남의 위압을 받아본 일은 없소이다. 이방주의 고마
운 말씀은 잊지 않고 있겠소.」
「만일 다른 사람이 달려들어 뺏는다면 천용방도 한몫 들 수 있을까
요?」
「그야 물론이죠. 이 방주께서 흥미만 있다면 마음 놓고 손을 쓰시오.」
이창란은 길을 트며 웃고 말했다.
「그렇다면 약속하겠소. 만일 다른 사람이 뺏는다면 천용방도 한몫 끼겠
소!」
하고 몸을 돌려 서서히 가 버렸다.
일양자는 이창란이 간 후 양몽환과 하림을 보고 말했다.
「만일 어느 사람을 불문하고 싸우게 되더라도 너희들은 싸움에 참가하
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무술계의 고수들이라 너희들이 손만 대지 않으면
어린 너희들을 해치진 않을 것이다.」
양몽환은 스승의 담담한 말씀 가운데 분명히 귀원비급을 목숨으로 수호
하겠다는 결의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고
「사부님!」
하고 불렸다. 그러나 일양자는 고개를 흔들며 말을 제지한 후 일행을 재
촉했다.
약 이십 리나 갔을 때 유곡 한쪽 소나무 위에서 돌연 웃음소리가 들려
오더니 수 십장 높은 곳에서 흰 수염에 죽장을 쥔 노인이 두루마기를 펄
렁거리며 앞을 가로막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말했다.
「현도관주! 그간 안녕하셨소? 아직도 늙은 이 친구 문공태(聞公泰)를
기억하고 계시오!」
혜진자는 냉소하며 말을 받았다.
「화산파 장문인은 정말 굉장하시군! 이곳까지 따라왔으니……」
팔비신옹 문공태는 웃으며
「따라온 사람이 나 혼자뿐일까? 점창쌍안(點蒼?雁) 이외 아마 십여 명
의 무술계 친구들도 왔고 천용방 다섯 깃발 아래의 단주 세 명도 왔으니
고악산 소실봉의 무술대회부터 오늘날까지 삼백여 년 이래 공전의 성대한
모임이 되었으니 아마 재미난 일이 많을 거요.」
일양자는 냉랭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문형도 이 성회(盛會)에 참가하려고 오셨군!」
문공태는 대소하더니
「겸손한 말씀. 저야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아 구경이나 하려고 왔죠.」
일양자는
「흥!」
하더니 말했다.
「귀원비급은 바로 내가 등에 메고 있소! 뺏을 마음이 있으면 한번 뺏어
보시구려.」
그러자 문공태는 얼굴색이 돌변하더니 말했다.
「분광검법과 천강장도 그리 대단한 무술의 절학이 아니니 나도 몇 수는
받아낼 자신이 있소. 그러나 우리 화산파와 곤륜파는 종래에 원수도 없으
니 만일 도형께서 비급 연구에 한몫 끼어 주시면 힘이 되어 주겠소.」
일양자는 웃으며
「문형의 호의는 이 도인이 잘 받들겠으나 곤륜삼자는 남에게 무릎을 끊
고 부탁은 않겠소이다.」
문공태는 수중의 죽장으로 앞을 가로 막고 말했다.
「그럼 할 수 없군. 도형의 솜씨나 한 번 구경할까요?」
일양자는 등에서 장검을 뽑아 들고 말했다.
「상대해 드리죠. 문형의 금환(金丸) 휘두르는 절기를 견학하면 죽더라도
한이 없을 것이오.」
문공태는 한수 소지천남(笑指天南)으로 앞면을 후려치자 일양자는 팔방
풍우(八方風雨)의 수로 청죽장을 막는 동시에 한 수 백운출수(白雲出岫)로
재빨리 앞가슴을 찔렀다.
문공태는
「훌륭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