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노인이 여덟팔자의 하얀 수염을 내려 쓸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게 앉아있는 것이었다.
얼마 동안 일양자 일행을 노려보던 소설군은 양몽환을 가리키며
「아버님! 바로 저 사람이 우리들을 추격해 왔습니다.」
하고 말했다.
순간 양몽환은
(그렇다. 저 노인이 묘수어은 소천의 바로 그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그러자 소천의 노인은 냉소하듯 얼굴을 찌푸렸다.
「음! 그런가? 참으로 드문 일이군,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 주다
니……… 아직 이곳까지 들어온 사람은 없었는데」
혼자 중얼거리고는 양몽환을 향하여 점잖게 말했다.
「미안하오. 이 누추한 곳까지 오게 해서………하여간 이리 올라오시
오.」
노인의 말이 떨어지자 일양자는 일행을 대표해서 엎드려 절하며
「조용한 주방(主幇)을 깨뜨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부득이한 일
이 있어서 저질렀사오니 소형께서는 용서하심을 바랄 뿐입니다.」
다시 합장을 했다.
일양자가 읍을 하고 합장을 하자 소천의 노인도 합장을 하며
「알겠소이다. 그러나 내가 내 딸에게 속았으니 어찌하겠소!」
하고는 통쾌하게 웃어넘기는 것이었다.
「하하……」
바위가 날아갈듯이 웃고는 일양자 일행에게
「그러면 이 배로 모두 옮겨 타시오.」
하고는 일양자 일행을 태우고 온 배와 사공들은 사례한 후 돌려보냈다.
일양자 일행이 옮겨 탄 배는 돌문을 들어서서 절벽 사이로 흐르는 물을
따라 얼마를 더 내려갔다.
좁은 협곡을 연상케 하는 절벽 사이를 빠져 나오자 확! 앞이 트이며 넓
은 호수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곳에는 세 척의 쾌속정이 정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일행을 태운 배는 수풀과 나무가 우거진 사이에 지어 놓은 초가
집 앞에서 멈추고 일행은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청의 동자
(靑衣童子) 두 명이 기다리고 있다가 초가집으로 일행을 인도하는 것이었
다.
초가집으로 일행을 모신 청의 동자는 곧 김이 나는 뜨거운 차(茶)를 따
라 주었다.
일행은 아무 말 없이 묘수어은 소천의가 권하는 대로 차를 들었다. 이
때까지 소천의 옆을 떠나지 않은 이요홍은 양몽환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한 그의 눈에서는 불빛이 반짝거리듯 빛나고 또 아름다웠
다.
그런가하면 소설군은 소설군대로 주백의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방
안은 조용히 차 마시는 소리와 눈과 눈이 부딪혀 일어나는 정(情)의 불빛
만이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이윽고 한모금의 차를 마신 일양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처럼 은밀한 곳에 소형께서 살고 계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하고 그냥 찾아 헤매기만 하였습니다.」
하는 말에 소천의는 들었던 찻잔을 놓으며 담담하게 웃고는 혜진자를 가
리키며 묻는 것이었다.
「이 분은 당신의 사매 혜진자 여걸이 아닌가요?」
일양자는 한숨을 몰아쉬며
「그렇습니다. 그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폐를 끼치지는 않을 것입니
다.」
「음, 과연 그렇군, 그런데 무슨 일이오?」
「소천의 형께서 이 혜진자의 병을 고쳐 생명을 살려 주신다면 우리 곤
륜파에서는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는 다시 읍하며 합장을 했다.
소천의는 가만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곳까지 찾아온 도형을 내 어찌 거절하겠소, 무슨 상처며 어떻게 당
하셨소?」
일양자는 소천의의 호의에 거듭 감사하며 혜진자의 상처와 금선사의 중
독 사건을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