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자의 말을 다 듣고 난 소천의는 얼굴을 찌푸리며
「금선사의 독은 워낙 지독하여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소,」
하는 것이었다.
순간…,
일양자와 일행은 다시 실망의 구렁텅이로 빠져 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소천의는 그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얼마를 더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며 혜진자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어찌된 일인가! 맥을 짚어보던 소천의는 돌연 혜진
자의 왼쪽 다리에 있는 곡지혈을(曲止穴)을 꽉 찌르는 것이였다. 그러자
혜진자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얼굴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보
던 일양자는
「앗!」
하고 놀라며
「소형! 무슨 짓이오!」
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는 번개처럼 달려들어 소천의의 풍부혈(風府
穴)을 찔렀다.
순간…,
소천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왼손으로 일양자의 공격을 가볍게 막으며
「도형! 오해 마오. 독이 골수에까지 미쳤는가 보기 위해서요.」
하는 것이었다.
일양자는 자기의 경솔함을 깨닫고 급히 사과했다. 그러나 소천의는 거
들 떠 보지도 않고 품에서 금침(金針)을 꺼내 혜진자의 곡지혈에 찔렀다
곧 뽑고는 혈도를 풀었다. 그러는 소천의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흘렀다.
일양자는 재삼 자기의 경솔함을 뉘우치며 말했다.
「소형! 저의 무례함을 용서하시오.」
그제야 소천의는 이마에 땀을 닦으며 웃었다.
「돌연한 나의 행동 탓이오.」
할 뿐이었다.
소천의는 동자에게 분부하여 촛불을 키게 한 후 약상자를 열게 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약병에 금바늘을 담갔다가 꺼낸 후 촛불에 달구었
다 한참동안 달군 금바늘을 헝겊으로 그을음을 씻었다. 그리고는 금바늘
끝을 면밀히 조사한 소천의는 약상자를 치우며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고개를 가로 흔드는 그의 손에는 금바늘이 푸른색으로 변해 있는 가 이
었다.
「어렵소이다.」
이 한 마디 뿐 이었다.
일양자는 황급히 소천의의 손을 잡으며 신음하듯 부르짖었다.
「그럼, 소형께서도 고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하는 일양자의 다급한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소천의는 지그시 눈
을 감았다.
「………………」
「금선사의 독을 치료할 사람이 없다는 말씀 입니까?」
재차 묻는 일양자의 소리를 듣고 혜진자는 몸을 일으키는 듯 하다 간신
히 일양자를 위로 하는 듯
「너무 염려하지 말아요.」
하고는 쓰러지듯 눕는 것이었다.
다시 방안은 조용했다.
촛불 타는 냄새가 조용한 방안을 가득 채울 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
았다.
이윽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소천의는 눈을 뜨며 일양자를 향하여 돌
아앉았다.
「도형! 미안하오, 그러나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아니요, 다만」
하는 말에
「펄쩍!」
정신이든 일양자는
「네? 치료할 수 있어요?」
「그렇소마는 약도 구하기가 어렵고 또 만일 치료하여 완쾌 된다면 그
후가 문제요.」
순간…,
일양자의 뇌리에는 소천의의 말뜻을 알아 챌 수 있었다.
(원수를 만드는 일, 바로 그것이다)
생각한 일양자는 다시 합장하며
「소형! 알겠습니다. 그 일이라면 곤륜파의 명예를 걸고라도 맹세 하겠
습니다.」
소천의는 한숨을 몰아쉬고는
「비록 그렇다 해도 일이 매우 까다로워 어떤 실수가 일어나면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참사가 빚어질 수 있어서 하는 말이오.」
일양자는 황급히 말했다.
「조금도 소형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우리 곤륜삼자는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