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나 때문이야. 미안해」
하며 소설군의 손을 잡아 주었다. 사실 이요홍의 사랑 때문에 소설군은
희생당하는 셈이었다.
이요홍은 소설군에 대한 미안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소설군은 혼자 소
리로
「아빠가 무술계에서 은퇴한 후로는 이백부(李伯夫)와 언니 이외에는 누
구도 그곳을 가본 사람이 없어요.」
하는 것이었다.
이 때 옆에서 이요홍의 자매가 주고받는 대화를 듣고 있던 양몽환은 그
들에게 다가서며
「소 아가씨에게 폐를 끼쳐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만일 되돌아가시겠다
면 제가 저의 사부님께 말씀드려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소설군은 고개를 강경히 흔들며 말했다.
「되돌아간다고 해도 아빠는 저를 옛날같이 사랑해 주시지는 않을 거예
요. 아빠는 성격이 많이 변하셨어요. 가장 친했던 이백부와도 그렇고 확
실히 무슨 곡절이 있는 것 같아요.」
하며 슬픈 얼굴을 지었다.
이요홍은 소설군의 손을 잡으며
「나도 그렇게 생각은 했어,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없잖아? 우리
함께 가서 여쭈어 보도록 할까?」
「그래도 안 될 거에요. 아빠의 성품을 언니도 잘 알지 않아요?」
「그렇긴 해…… 모두 다 내 탓이고, 그리고」
하는데 양몽환이 나서며
「제 탓이란 말이죠.」
하는 것이었다.
이요홍은 눈을 흘기듯 양몽환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우고
「그런지도 모르죠,」
하고 말했다. 이때 저 편으로 등을 돌리고 서있던 주백의가 돌아서며 이
요홍을 힐난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어찌 양형의 탓이겠소? 이소저의 탓이 아니고?」
하며 노려보았다.
이요홍은 아연해 하며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요?」
주백의는 얼굴 표정을 조금도 바꾸지 않으며 한 걸음 나섰다.
「왜라고요? 원래 소천의가 은퇴한 것은 하고 싶어서 은퇴한 것이 아니
라 어느 누구의 협박에 의해 하는 수 없이 은퇴 한 것입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요홍은 얼굴을 붉히며 반문하려는데 주백의가 손짓으로 이요홍을 제
지하며 말을 계속했다.
「더구나 어떤 비밀을 세상에 알리려고 하였으나 두려운 생각이 앞서 말
도 못하고 성격도 변한 것입니다. 그런 것을 이번에 양형의 돌연한 내방
으로 여러분께 눈치라도 챈 것을 도리어 감사하지는 못하고 어찌 양형 탓
이라고만 하오?」
이요홍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길이 없었다.
(비밀은 또 무슨 비밀이며 의부는 과연 두려워서 은퇴한 것일까? 그리
고 이 주백의라는 사람은 어떻게 자세히 아는가?)
이요홍의 머리 속에는 어지러운 일들이 마구 소용돌이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백의는 이요홍의 생각이 어떻든 말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
고는 양몽환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그 냉소는 차차로 변하면
서 온화한 웃음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주백의의 소천의에 대한 폭발적인 말은 금세 일양자의 귀에까지 들어갔
고 듣는 사람마다 놀라움을 자아냈다.
일양자는 깊은 시름에 잠기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무엇인가 고
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렇다. 주백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명성을 떨친 소친의가
홀연 은퇴할 이유가 무엇이며 더구나 대각사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혜
진자의 맥을 짚을 때도 대각사란 말에 놀라며 공포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지 않은가?)
한편…,
놀랄만한 주백의의 말에 섬뜩 놀라는 소설군은 주백의의 말이 그저 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