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소설군은 주백의 앞으로 다가가 나지막하게 걱정하듯 말했다.
「옳은 말씀입니다. 아빠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는 것은 느꼈으나 이유는
모르고 있었어요. 혹시 그 곡절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요?」
주백의는 아직 통성명도 없는 소저의 말을 듣고 당황했으나 수심에 찬
듯한 소설군의 얼굴에서 정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마침 그때,
양몽환이 그들 사이에 끼며
「내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하고는 서로 머뭇거리는 소설군과 주백의를 인사시켰다. 둘이 통성명을
하는 동안 무슨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하림과 이요홍이 다가와 두 쌍의
남녀가 모였다.
「하…… 여기 이소저도 계셨군요. 마침 하림 사매도 있으니 서로 재미
있는 이야기라도 하면 어떻소?」
너털웃음을 웃으며 어색했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몰고 나갔다. 이렇
게 하여 양몽환을 사이에 두고 서로 사랑으로 질투하는 이요홍과 하림은
정답게 담소하며 모든 회포를 푸는 듯 즐겁게 보였다 그러나 이요홍은 하
림의 귀여운 모습에서 양몽환을 뺏기에는 그녀가 너무 가엾다는 느낌이
불쑥 지나갔다.
(그렇게 되면 저 귀여운 하림은 얼마나 상심할까?)
하는 생각에 번민하고 있었다.
(아! 나도 양몽환을 좋아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좋담?)
그러나 하림은 이요홍의 마음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요홍을 친언니처
럼 따르며 좋아할 뿐이었다.
이러한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던 병상의 혜진자는 하림의 천진난만하고
순진한 모습에 이끌려 한없이 사랑스러운 듯 바라보다가 일양자에게 부탁
하듯 한 마디 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하림을 우리 문하에 입적시킨 것은 참 잘한 일입니다. 무슨 일
이 있더라도 잘 보살펴서 평생 슬픔을 모르는 제자를 만들어 주시요.」
일양자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염려 마오. 나보다 환아가 더 잘 보살펴 줄 것이오.」
하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모습을 먼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는
일양자는 한 편, 주백의에게로 눈을 돌렸다. 주백의의 내력도 성분도 알
수 없으나 그의 날래고 기민한 행동 그리고 영리한 두뇌는 참으로 감탄할
만 했다. 처음 주백의를 보았을 때 경계하는 듯 의심도 했으나 같이 지내
는 동안 의심도 희미하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또한 혜진자와 일양자의 대
화를 듣고 있던 등인대사는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하림은 내가 키웠다. 그러나 지금은 사랑을 알 때가 되지 않았는가?
부디 고생 없이 살기만을 빌 뿐이다. 그러나 이요홍의 출현으로 사랑싸움
이라도 벌리는가 걱정했는데 일양자도 양몽환을 더 신임하고 하림을 맡긴
다니……)
등인대사는 자기의 마음과 꼭 같은 일양자를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쾌속정은 파도를 좌우로 기세 있게 가르며 호수를 달려 거의 해 가질
무렵에 닿았다.
배가 부두에 정박하고 닻을 내리자 일행은 가볍게 배에서 뛰어 내 다.
이요홍은 배에서 내릴 때 까지도 하림과 붙어 앉아 담소하다가 손을 부
축하며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하림을 돌아보며
「동생! 몸조심해요. 언니는 가겠어!」
하림은 잠시 동안 들었던 정에 이별을 아쉬워하며
「언니의 친절을 잊지 않겠어요. 또 만나기를 바래요.」
이요홍은 약간 처량하게
「오빠가 더 친절하게 해줄 거야.」
「그렇긴 해요. 저는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하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