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속마음이 다르나 밖으로 나타내지 않으며 총총히 작별을 고했다.
양몽환은 떠나려는 이요홍과 소설군에게 가볍게 웃으며,
「두 분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차후 인연이 있어 다시 뵈옵게 되기
를 바랍니다.」
하고 허리를 굽혔다.
이요홍은 담담하게 웃고 소설군의 손을 잡고 다시 쾌속정으로 오르며
「저도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리겠어요. 아무쪼록 몸조심 하세요.」
말을 마친 이요홍은 멀리 하늘을 바라보며 망연히 섰다가 가늘게 한숨
을 쉬며
「그럼……」
하고는 쾌속정 안으로 사라졌다.
양몽환은 이요홍을 실은 쾌속정이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
신도 모르게 한숨을 길게 몰아쉬고 망연히 서있었다. 이때, 뒤에서 전송
하던 주백의가 양몽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이요홍은 양형을 좋아하는구려, 그러나 하림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떠
나니 참으로 훌륭하오.」
했다.
양몽환은 웃으며
「하…… 하……소설군도 주형에게 정이 들었던 모양이죠.」
하는 말에 주백의도 따라 웃었다.
그렇게 따라 웃던 주백의는 양몽환의 옆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하림
에게 잠시 눈을 돌린 후 돌아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허약하
고 선비차림의 주백의이건만 그의 놀라운 절학이며 기민한 행동을 양몽환
도 은연중 흠모하고 있었다. 앞으로 몇 걸음을 걸어가던 주백의를 양몽환
은 따라가 붙잡았다.
「주형! 어디로 가시는 길이오?」
주백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무 곳이나 갈 곳이야 없겠소?」
「왜 급하게 가시려 하오?」
그러자 주백의는 숙연해지며 슬픈 어조로 혼자 중얼거리듯 말하는 것이
었다.
「오래 있으면 정이 드는 법, 정이 들면 한(恨)만 남는다는데……」
하는 것이었다.
양몽환은 주백의를 위로하며 그가 품은 뜻이 과연 무엇인가를 알고 싶
었다.
「부평(芙?)같은 세상에서 만났소마는 이처럼 헤어질 수가 있겠소. 조금
더 쉬었다 가시오, 술이라도 드시면서……」
「호의는 감사하오. 마는 저는 술을 마시면 울기를 잘해서 사양하겠소이
다.」
하고 말하는 주백의의 눈에는 안개처럼 뿌옇게 눈물이 고였다.
양몽환은 내심 당황하며 무엇이 주백의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는가를 생
각해 보았다. 그러나 알 길이 없었다.
「주형! 미안하오. 무슨 불찰이라도 있었는지…… 이 몽환은 주형과 함
께 좀더 있고 싶어서 그러오.」
양몽환은 진심으로 주백의와 함께 더 있고 싶었다. 그러나 주백의는 이
미 결심하고 숙연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는 듯 먼 하늘을 바라보고는
「차라리 안 만났다면 더 좋았을 것을…… 갈 길이 바쁘오니 용서하여
주시오.」
하는 그의 눈에는 잔잔한 호수 같은 밝은 눈동자가 눈물에 덮여 있었다.
그 모습이 더욱 애처로웠다.
(여자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얼굴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났다.
「그래도 잠시 동안만 이 아우의 소원을 풀어 주시오.」
하는 양몽환의 태도는 좀처럼 길을 비켜줄 것 같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주백의는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그렇다면 이렇게 하시면 어떨까요? 아무리 이별이라도 슬픔은 마찬가
지, 오늘밤 두시에 호반에서 기다리기로 하겠소이다.」
양몽환은 주백의가 마음을 돌려준 것만도 감사해서 그의 말대로 하기로
하였다.
(그렇다. 주백의는 나의 은인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도와
주지 않는가, 술이라도 한 잔 대접해서 보답이라도 해야지)
양몽환은 길을 비켜 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