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날마다 가지각색의 인연을 맺으면서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고 출렁거리게 만드는 아름다운 인연도 있는가 하면, 자칫하면 나쁘게 물들어 옹졸함과 불한감이 감도는 미궁 속에 갇히게 하는 악연도 있는 것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영혼을 건드리는 신의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열릴 때 새로운 마음으로 그 성스러운 선물을 받아 안고, 또한 우리 인생의 순간순간에 채워주는 인연이라는 걸 어떻게 우리의 삶에 충실하고 알찬 그날그날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인연으로 끌어갈 수 있는가는 생각해봄직하다.
내 인생의 길에서 맺혀진 소중한 인연을 머리 속에 떠올라서 왠지 가슴속에 한 구석이 풍클해진 것 같다.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은 사람과의 해추가 아닌 한국의 떡과의 만남이었다.
한국어과 학생인 나는 떡과 인연이 있는 것 같다. 3년 전만해도 한국어를 전혀 모르던 나는 우연히 한국어과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이후는 내 인생의 새로운 길이 펼져지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선생님이 "ㄸ"발음을 가르쳤을 때 "떡"이라는 단어로 연습을 했다. 그때 그냥 아무생각 없이 외웠다. 그때는 떡이라는 것과 이렇게 깊은 인연을 가지게 될 줄 생생도 못했던 일이었다.
2학년 때 한국 전통 음식에 대한 리포터를 작성한 기억이 있다. 설날에 흰 떡구, 단오에 수리취 떡, 아이 백일날에 백설기, 그리고 붉은 밭고물을 묻히는 수수경단까지...... 그러나 그때는 중국에 있어서 이런 걸 다 접할 수 없이서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많이 알수록 더 궁금해진 것 같았다.
작년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갈 좋은 기회를 타서 드디어 떡과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떡집에 들어가는 그 순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 눈 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떡들이 훈훈한 인정을 내게 전해주는 그 순간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포장지를 열자마자 달콤한 향기가 푹겨와 내 온 몸까지 배는 듯 했다. 한 입 베어 물고 쫄깃쫄깃한 그것을 씹어서 그 고소한 맛이 내 마음에 파고들었다. 그 순간에 나는 떡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떡과의 인연을 맺혀지게 되었다.